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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현금서비스·리볼빙 쓰세요” 고금리 상품 권하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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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 앞두고 수익 올리려 마케팅 강화

직장인 A씨는 1월 카드금액 결제일이 다가오면서 카드사로부터 받는 광고 문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광고 내용은 다양하다. "1월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할인해 주겠다"며 연 6%대의 수수료율을 내세운 곳이 있는가 하면, "카드 결제대금이 부담된다면, 이용 중인 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리볼빙)의 결제 비율을 조정해 원하는 금액만큼 자유롭게 납부하라"는 곳도 있었다.

현금서비스는 카드사가 제공하는 소액 신용 대출 서비스로, 별다른 심사 절차 없이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연 5~24%의 높은 수수료율을 물어야 한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금액은 다음 달로 이월시켜 갚을 수 있는 제도로, 얼마나 결제할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갚아야 할 카드 금액이 100만원이고 리볼빙을 50%로 설정해뒀다면 이번 달에 50만원, 다음 달에 50만원을 갚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납부금액이 부족할 때 연체는 피할 수 있지만 이용금액에 대해 높은 수수료(연 5~24%)를 내야 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2월 1일부터 시행되는 카드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현금서비스, 리볼빙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개인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액은 69조9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대출 이용액은 신한카드가 17조366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출 증가폭은 현대카드(9조6132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9.4%로 가장 컸다.

조선비즈

신용카드 결제금액 일부를 다음 달로 이월시킬 수 있는 ‘리볼빙’ 서비스 마케팅이 활발하다./조선DB



리볼빙 역시 증가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리볼빙 수수료 수입 비율은 17.2%(연환산 기준)로 1분기(15.05%)보다 늘었다. 수수료 수입 비율은 원금 대비 수수료의 비중으로 평균 수수료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작년 3분기 결제성 리볼빙(결제금액의 일부를 리볼빙하는 것) 수수료 수입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카드로 19.49%였다. 이어 KB국민카드(18.47%), 롯데카드(17.93%), 신한카드(17.54%) 등이 뒤를 이었다.

대출성 리볼빙(대출금액의 일부를 리볼빙하는 것)의 수수료 수입비율은 7개사 평균 20.82%로 1분기(20.89%)와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서비스(16.89%), 카드론(14.8%) 등의 수수료 수입비율과 비교하면 각 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 중이다. 대출성 리볼빙 수수료 수입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KB국민카드로, 3분기에 22.56%를 기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과 리볼빙은 피하는 게 좋다. 연 5~24%의 고금리가 적용돼 상환 부담이 큰데다 고객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준다.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연 5~6%로 광고하고 있지만, 이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사람은 최고 신용등급을 갖춘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고객이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면 원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 이들의 가계부채는 ‘악성’으로 꼽히기도 한다.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리볼빙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고금리로 비교적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2017년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된 데 이어 지난해 장·단기 카드대출에 적용하는 법정 최고금리까지 인하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이 하락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3955억원에 그쳐 2017년 같은 기간 7806억원에 비해 49.3%(3851억원) 감소했다.

게다가 2월 1일부터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 카드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구간을 현행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연매출 3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도 인하된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카드사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부가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카드사의 수익을 보전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인 태스크포스(TF)에서 금융감독원과 일부 카드사가 부가 서비스 축소에 난색을 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결제부문 수익성 저하에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대응방안은 카드대출 취급 확대"라며 "카드대출 지급 규모가 늘고 마진율도 긍정적이어서 카드대출을 통한 수익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볼빙 등을 늘렸을 때 고객 신용도는 물론 카드사의 건전성도 위협받을 수 있지만, 카드사 경영 환경이 워낙 악화돼 고금리 상품의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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