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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기고] 보다 공평한 세금을 통한 더 나은 세상의 실현 / 위니 비아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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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위니 비아니마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


나는 매년 1월 다른 세상을 엿본다. 억만장자의 세계이자 경제계·정치계 리더들의 무대이기도 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를 통해서다.

호기심 많은 친구들은 실제 억만장자를 만났는지, 그들이 어떤지 등을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이 행운아라고 말한다. 10명의 억만장자 중 9명이 남성이다. 남성으로 태어나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운이 좋다고 말이다. 억만장자 중 3분의 1은 상속의 결과에 기인하는, 즉 타고난 부자다. 2억6200만명의 어린이가 빈곤으로 인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세상에서 그들은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옥스팜한테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례행사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을 면밀히 살펴볼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의 불평등 보고서는 최근 몇년간 이들 극소수 행운아들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을 도식화했다. 올해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1년간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부는 하루에 25억달러씩 늘었고 새로운 억만장자도 이틀에 한명꼴로 탄생했다. 그에 반해 같은 기간 빈곤한 전세계 38억명의 재산은 11% 줄어들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하루 5.5달러 이하의 생계비로 연명할 정도로 극단적인 빈곤에 빠져, 교육과 의료 혜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여성의 노동은 우리 경제의 기반이지만 여성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세계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23% 더 많이 벌며, 여성보다 50% 이상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빈부의 격차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정부 정책 결정의 결과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부의 세금 관련 정책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많은 부자나라에서 재산에 대한 세금이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있는지, 또 가난한 나라에서는 얼마나 어렵게 관련 정책이 실행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2015년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징수된 세수의 1달러당 단지 4센트만이 상속이나 부동산과 같은 재산에 대한 세금이 차지하고 있다. 부유한 개인과 기업의 탈세로 인해 가난한 나라의 세수는 연간 1700억달러가량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빈곤 퇴치를 위해 필수적인 의료 및 교육과 같은 중요한 공공서비스가 재원 부족으로 감소하거나 빈곤층을 배제하는 민간기업에 아웃소싱 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정책 결정은 의료서비스 부족으로 매일 1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여성과 소녀들이다. 나는 내 조국 우간다에서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 소녀들과 공공서비스가 감당하지 못하는 노인, 병자, 아이들을 돌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을 생각하곤 한다.

인류는 이렇게 살아갈 수도 없고 이렇게 살아서도 안 된다. 이런 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기업과 부자들이 공평한 세금을 납부하고 이 세금을 국민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데 사용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9월 가나 정부가 고등학생을 위한 수업료를 내려, 학생 9만명 이상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부에 대하여 단 0.5%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수많은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이고 33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걷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극단적인 것이 아니라 상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부에 대한 세금을 언급하고 있으며 소득세 인상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에 다니고, 아플 때 의사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 소수의 행운아에게만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이는 모두를 위한 기본권이며 안정된 사회와 건실한 경제의 기초다. 이번주 다보스에서 전할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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