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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취재수첩] 규제 없애려면 공무원에게 관련 예산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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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규제개혁 시리즈를 기획연재하고 있다. 기업인들에게 애로사항을 물어봤더니 황당한 규제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과거 시대 상황에서는 맞았으나 지금은 전혀 맞지 않는 규제도 많았다.

1960년대 마련된 산업표준화법률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국가표준을 만들어 품질을 높여보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문제는 국가표준보다 더 향상된 기술을 개발했을 때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표준보다 향상된 표준은 협회 차원에서 단체표준으로 지정한다. 이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해외 제품 수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수출을 노리는 국내 업체는 해외서 인정하는 단체표준을 국내에서 만들거나 들여와 인증받고 싶어도 모두 불법이란다.

또 다른 제조업체 사장은 요즘 스마트공장, 공장 자동화가 대세라 공장 노동자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데도 공장 내 지게차 최고 속도를 무조건 10㎞/h로 제한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한 핀테크 업체 사장은 중국 핀테크 회사가 4~5년 전만 해도 바코드 결제 기술 등을 우리에게 배워 잘 활용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의 저자 구태언 변호사는 공무원들이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배경에는 예산이 있다는 다소 생소한(?) 주장을 편다.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 활동을 하다 보니 공무원 생리를 알게 됐는데 예산과 자리를 같이 줘야 움직이더란다. 규제 완화 관련 부서는 이미 있다. 여기에 구 변호사 제안대로 ‘올해 규제 ○○건 철폐’를 목표로 예산을 대폭 늘려주면 감사원 감사를 의식해서라도 공무원이 행동에 나설 수 있겠다 싶다. 어찌 보면 황당한 논리 같지만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공무원이 ‘그들의 눈높이와 언어’로 규제개혁할 수 있게 유도하란 말이다.

또 혹시 아는가. 진짜 예산도 늘려주면 움직일지. 이처럼 국정운영의 묘를 발휘하지 않으면 문재인정부가 주창하는 혁신성장은 요원하다.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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