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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경제칼럼] 데이터 주도하는 혁신이
지속 가능 성장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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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야한 광고가 너무 많다’며 인터넷 세태의 도덕을 개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당신에게 야한 광고가 자주 보이는 이유는 당신이 야한 광고를 클릭한 역사가 있고 야한 콘텐츠에 본인도 모르게(?) 동공이 잠시 머물렀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볼 확률이 높은 것을 선택해 각자에게 다른 광고를 보여준다. 광고는 비싸다. 우리에게 아무 이유 없이 야한 광고를 보여줄 리가 없다.

뉴스의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하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 흥미로운 정치 기사를 몇 번 클릭하면 관련 있는 뉴스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정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만 보게 되고, 정부 지지자는 정부의 치적 기사만 보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에 대한 반감이든 지지든 모두 열성적으로 바뀐다. 결론적으로 여론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 통합이 저해된다.

데이터 경제에서는 서비스 소비자가 데이터 생산자가 되고, 서비스 생산자가 데이터 소비자다. 신용카드사에서 고객이 공급한 거래 데이터를 얼마에 파는지 아는가.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도 서비스 업종이다. 결국 데이터 경제에서는 누가 소비자고 공급자인지 모호하다.

4차 산업혁명 특징 중 하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융합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이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한다. 상품과 서비스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다시 데이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태생부터 데이터에 기반하고 데이터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득주도성장 개념은 뭘까. 데이터 가치가 합리적으로 배분돼 데이터 생산자인 소비자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체제의 발전이 아닐까. 데이터 제공, 생산에 관한 경제 주체 인센티브를 늘리는 시스템을 만들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성장 잠재력을 증가시키면 이것은 혁신성장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융합되고 역할이 바뀌면서 엄밀히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분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 오히려 소득과 혁신주도성장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 주도 성장’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득과 혁신주도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데이터 주도 성장을 추구하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경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경제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데이터에서 창출되는 잉여를 어떻게 공유할지에 관한 문제를 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되려면 데이터를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고 주도해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에서 창출되는 잉여가 소수의 거대 IT 기업에 집중된다. 이런 시스템이 지속 가능할지 회의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2017년 유럽에서 27억달러 벌금이 구글에 부과됐고 구글에 대한 조사, 압박이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행위를 두고 페이스북에 경고했다.

현시대의 도덕성을 타락시키기 위해 누군가가 음모를 갖고 야한 광고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런 걱정보다는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경쟁국 정책 방향과 전략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포용, 혁신, 소득주도성장 등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데이터 경제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등 당면 문제도 데이터 경제로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매경이코노미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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