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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울프 블라스 골드 레이블
호주 최고 와이너리의 `황금돼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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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지인으로부터 와인 한 병을 선물 받았다.

레이블 위에는 하늘의 제왕인 황금색 독수리가 날고 아래에는 활짝 웃고 있는 황금돼지가 그려져 있다. 호주의 대표 와인 중 하나인 ‘울프 블라스 와인’이다. 울프 블라스 와이너리는 독일의 와인 양조가 울프강 프란츠 오토 블라스(Wolfgang Franz Otto Blass)가 호주로 건너와서 설립했다. 그는 호주에 오기 전 부모의 권유로 3년간 독일 지역 와이너리에서 와인 양조 견습생으로 일했다. 1957년 프랑스 샹파뉴에서 샴페인을 배우고 최연소로 와인 양조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포도밭 2.5에이커(약 1만㎡)를 매입해 군대 막사처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담은 와인을 만들었다.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와인 레이블은 그가 정착한 바로사 밸리 지역 원주민이 좋아하는 수리매(Eagle hawk)를 상징물로 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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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와인 메이커 존 글래처를 영입하면서 울프 블라스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1976년 8월에 첫선을 보인 ‘블랙 레이블’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즈를 블렌딩해 만든 와인인데 호주의 가장 영예로운 상인 ‘지미 왓슨 트로피’를 3년 연속 수상, 호주 와인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전설로 남아 있다. 1970년대를 화려하게 풍미한 울프 블라스는 1980년대 호주 와인 산업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명성을 떨쳤다. 창립 이후 각종 와인 품평회에서 받은 상만 1만개가 넘는다. 2001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호주대표협의회 일원으로 임명됐다. 또한 호주의 로버트 파커라 불리는 와인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가 최고의 호주 와이너리에만 부여하는 ‘5스타 와이너리’에 매해 선정됐다.

‘호주의 로버트 파커’ 제임스 할리데이, ‘5스타 와이너리’ 매해 선정 울프 블라스 와이너리는 와인 소비자들이 와인을 구입할 때 와인 등급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등급에 따라 레이블 색을 달리 표시했다. 가령 레드 레이블은 매일 마실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와인, 옐로 레이블은 울프 블라스의 중심이 되는 단일 포도 품종으로 양조한 가심비 좋은 와인이다. 골드 레이블은 호주에서 그랑 크뤼급 포도를 재배하는 바로사(Barossa), 쿠나와라(Coonawarra), 애들레이드 힐스(Adelaide Hills) 등지에서 특화된 포도 품종으로 생산해 각 산지의 개성을 살린 프리미엄 와인, 그레이 레이블은 레드 와인으로 구성된 고급 와인으로 바로 마셔도 좋지만 장기 숙성할 수 있는 최고급 와인이다. 블랙 레이블은 1973년 이래 계속 빈티지 와인을 내놓고 있다. 플래티넘 레이블은 남호주 최고의 포도밭에서 엄선한 포도송이로 제한된 수량만을 생산하는, 장인의 혼이 담긴 최고급 럭셔리 와인이다.

필자는 몇 년 전 호주 바로사 밸리 지역에 위치한 울프 블라스 와이너리에 방문했을 때 레이블 색상별로 모두 시음해봤다. 그중 비교적 가성비가 좋고 2019년 황금돼지해 국내에 소개된 울프 블라스 골드 레이블 와인 2종을 추천한다. 각각 카베르네 소비뇽(2017년산)과 시라즈(2016년산) 포도 품종으로 7700병 한정 수량만 양조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단풍 계통 루비색을 띠는데, 체리·삼나무·박하초코·야생 딸기·복합적인 열대 과일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묵직한 타닌으로 풀보디하고 과실향이 풍부하며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매혹적이다. 음식과의 조화는 양고기 스테이크, 한우 숯불구이, 불고기 등과 잘 어울린다. 시라즈는 자줏빛이 도는 붉은색을 띠고 검은 초콜릿·자두·커피·블랙커런트·체리·블랙베리·후추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보디감이 느껴지면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타닌이 매력적이다. 긴 여운이 한몫을 하는 와인으로 음식과의 조화는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한우 안심구이,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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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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