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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MT리포트] 을지면옥 철거논란… '8만 가구 공급'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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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김지훈 기자, 송선옥 기자] [편집자주]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 8만 가구’ 추가 공급 계획이 시작부터 갈팡질팡이다. 도심 고밀개발 대표지역인 세운3구역이 노포(老鋪) 철거 논란에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다. 공급 목표치는 높여놓고, 정작 정책 일관성은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택지로 발표된 자치구들과도 곳곳에서 충돌이다. 임기 내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까.


"8만 가구 더 불러놓고"… 현실은 '갈팡질팡'

서울시, 을지면옥 철거논란에 '사업 재검토'… 원칙 어디로? 자치구들과 협의도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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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혁신방안 및 세부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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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말만 듣고 재개발 계획을 뒤집는데 서울시 정책을 믿을 수 있겠어요?"

을지로 노포(老鋪) 철거 논란에 서울시가 세운3구역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자 구역 내 한 토지주는 "박 시장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운3구역은 서울시의 도심 주거 고밀개발사업지 중 하나로 지난달 말 주거비율을 60%에서 90%로 높이는 방안이 적용됐다.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주택 입주물량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박 시장의 한마디에 사업이 다시 좌초할 위기다.

시가 지난달 야심차게 발표한 8만 가구 주택 추가 공급 계획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초 공개한 공적임대주택 24만가구 더해 새롭게 추가된 목표치지만, 세운3구역의 사례만 봐도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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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 가구라는 추가 목표량이 임기 내 성과에 치중한 '무리한 목표'라는 비판부터 나온다. 박 시장 부임 첫 해인 2012년 이후 2017년까지 6년간 서울시의 임대주택 공급실적은 약 13만가구. 이번에는 추가 공급계획까지 5년(2018~2022년)간 32만 가구를 목표로 잡았다. 기간은 짧지만 공급량은 2.5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초 24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서울시 내부에선 부지 확보와 예산 등 가용 대책을 모두 강구했다는 말이 돌았다. 5년간 공공주택 예산으로 5조169억원(국비 1조5499억원, 시비 3조4670억원)을 편성하고 이와 별개로 2조원규모의 시민펀드도 조성키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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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는 추가로 8만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면서도 정작 재원마련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시유지가 많아 별도의 토지 보상이 없어도 건축비 등 예산이 상당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부채가 대폭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부 사업추진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도로 위 아파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북부간선도로 신내IC~중랑IC구간 상부에 길이 500m, 폭 50m 덮개를 씌워 약 2만5000㎡ 인공부지를 만들고 아파트 1000가구와 문화·체육시설을 짓는데 공사 과정에서 교통체증과 소음, 분진, 진동에 따른 민원이 불가피하다. 일반 건축 방식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대중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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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들의 반발도만만치 않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7000㎡)과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5만2795㎡) 부지는 워낙 땅값이 비싸 임대주택을 짓더라도 입주자들의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강서구 서남 물재생센터 부지도 주민들이 공공주택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와 강동구 신혼희망타운 부지도 반대 민원이 들끓는다. 창동 성대야구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계획도 도봉구가 공식 반대했다.

도심 고밀개발을 통해 3만5000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쉽지 않은 과제다. 서울시는 3년간 한시적으로 상업·준주거 지역에 공공주택 건립시 용적률을 완화해 1만6800가구를 공급하겠단 계획이나 불확실성이 크다. 부동산경기 둔화로 민간참여가 낮으면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역세권 활성화(1만7600가구)를 통한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기존 역세권청년주택 사업과 중복되는 곳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공급 계획이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서울 시내 그린벨트를 신규 해제하면 그 지역 땅값이 곧바로 뛰고, 이후에 강남 땅값은 더 오른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유엄식 기자


신규 8만채 중 정비사업 물량 5%뿐, 왜?

재건축·재개발 규제강화로 정비사업 위축… 신축아파트 공급여력 좁아져

머니투데이

서울시의 8만가구 신규 공공주택 확충 계획에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의 규제여파로 정비사업이 신규 주택공급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해 12월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하며 정비사업에 따른 증가분을 3680가구로 추산한 것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비롯한 제약요인을 감안한 결과다.

정비사업에서 기반시설 건립 의무를 공공주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될 예정이나, 정비사업은 각종 규제 여파로 활력을 잃고 있다.

도로 위 인공지반에 공공주택(1000가구)을 짓는 '북부간선도로 입체화사업'을 비롯해 공급대책이 총망라됐음에도 전통적 공급 수단으로 꼽히는 정비사업은 존재감이 약해졌다.

정부는 재건축을 '투기의 진앙'으로 보고, △정밀안전진단 기준 강화 △초과 이익 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각종 규제를 잇달아 내놨다. 재개발은 세입자를 비롯한 거주자들의 사업중단 요구로 서울시의 구역해제 결정이 속출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말까지 '주민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고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인 경우 재개발 구역을 해제하는 한시 조항을 조례에 적용하면서 '뉴타운 출구 전략'에 힘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여의도·용산 통째 개발 계획을 밝힌 후 일대 집값이 급등한 전력이 있어 정비사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서울에선 신축 아파트를 공급할 길이 좁아졌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준공된 서울 주택 중 아파트는 41.7%로 전국평균(67.3%)을 25.6%포인트(p) 밑돈다. 신축 아파트는 주변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관리가 용이해 주택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상품이다.

서동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수요자들의 선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는 부족하다"며 "재건축 재개발이 진전되기 어려워 사업속도가 둔화된 것이 서울 아파트값을 오르게 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번 8만 가구 추가 공급계획은 관계 법령 개정에 따라 불필요한 기반시설 건립 부담이 줄면서 확충될 공공주택 수를 추산한 것으로 정비사업에 따른 전체 주택 증가분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추진동력이 향후 강화될 경우 공공주택이 예상보다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서울시 8만가구 추가공급, SH 숙제는…

임대료 동결 등으로 임대사업 손실 해마다 증가 "사업 다각화로 부채 감소"

머니투데이

서울시가 8만가구 추가 공급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는 분양보다 공적 임대주택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임대물량을 관리하고 공급하는 SH 역할이 이전보다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세용 SH 사장은 8만가구 추가공급 방안과 관련해 앞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에 약 380만가구가 있고 이 가운데 임대주택 비중은 7% 수준으로 공급을 더 늘려 2022년6월 박원순 서울시장 임기 내에 임대주택 비중을 10% 넘는 게 목표”라면서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개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SH가 공익 부문을 감안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임대사업 증가에 따른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임대사업 보증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임대사업을 확장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이다. 더욱이 SH는 서민안정을 위해 물가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임대료 인상을 한번도 하지 않아 임대사업 손실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SH의 임대사업에 따른 손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감가상각 및 지급이자 증가, 임대료의 임대보증금 전환 증가에 따른 고정수익 감소, 임대료 인상 동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SH도시연구소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개선 방안 연구 논문(2015년) 등에 따르면 2012년 1971억원이었던 SH 임대사업 손실은 2013년 2147억원, 2014년 2746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 3334억원으로 3000억원을 넘어 2016년과 2017년 각각 3583억원, 357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임대사업 손실이 소폭 줄어든 데는 대형 임대주택(장기전세) 리츠 매각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울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수준은 주변지역 전용면적당 전세가 대비 평균 33% 수준에 불과하다. LH에 비해서도 평균 10% 싼 것으로 평가된다.

SH는 임대사업 확장에 따른 부담이 있지만 최근 2~3년간 산업거점형 도시재생 및 역세권 선도사업을 집중 추진하면서 부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SH가 공급한 임대주택은 1만2991가구로 2015년 9947가구, 2016년 1만152가구를 모두 상회했지만 SH 부채는 감소되는 모양새다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클린아이에 따르면 SH 부채는 △2013년 18조3618억원 △2014년 17조1489억원 △2015년 16조9896억원 △2016년 16조1953억원 △2017년 14조886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임대사업에 따른 손실 확대에도 불구하고 마곡지구 개발 등이 이익을 늘리면서 부채 감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SH의 사업 다각화가 임대사업 확대에도 불구하고 부채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H는 우선 옛 성동부치소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다. 입주 30년이 다가오는 임대주택을 재건축해 분양하는 방안 등도 검토중이다.

SH 관계자는 “수년간 임대료 인상이 없어 임대주택 추가 공급이 사업수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나 사업구조 다각화로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선옥 기자


"공급주체 민간인데"…경제보다 정치논리?

임대주택 확대 정책 긍정적 vs 재건축·재개발 도외시로 중산층 수요 무시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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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준 서울시의 자가 보유율은 48.3%다. 전국(61.1%)에 확연히 낮다. 서울시민 절반 이상이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남의 집에서 집주인의 눈치를 보며 전월세를 살고 있는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말 오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 주택을 집중적으로 지어 서민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서울시 주택공급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공공임대 주택비중은 7.4%인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8%)를 넘어 2022년 9.7%를 달성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를 풀지 않겠단 전제 하에 사용가능한 토지와 방법을 총동원, 공공임대를 늘리겠단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임대 확대는 서울시가 계속 추진해오던 방향으로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8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지만 공공임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서울 집값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임대와 일반 주택시장의 수요층이 다르고 공공임대를 확대해도 자가보유율 확대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공공임대가 1인가구와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만큼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 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임대 확대가 이들 젊은층에 버팀목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

문제는 공급목표 8만가구 중 3만5000가구가 민간 사업자를 통한 물량이란 점이다. 개발이익의 50%를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민간 참여가 얼마나 활발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민간사업자가 공급의 키를 쥐고있어 공급시기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업지역 주거비율을 400%에서 600%로 확대하고,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400%에서 500%로 늘리는 서울시는 방침은 오는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3년간 '한시적'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적절히 풀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시의 주택정책이 중산층의 수요를 무시하고 경제보다 정치논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다. 삼성동 일원동 등 강남권 요지에 공공임대 주택을 짓기보다는 이를 매각해 재원을 다른 곳에 활용하는게 보다 경제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역주민과의 합의도 과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차고지나 주차장 등 도심의 유휴부지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지역주민과 유기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를 짓는 데만 그치지 않고 사후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은 조기 노화가 많이 발생하기에 사후처리나 관리에 대한 가치를 고려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송선옥 기자

유엄식 기자 usyoo@,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송선옥 기자 oop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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