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기고] 기부금 사용 '투명성' 높여야 기부 활성화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권오용 재단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영국 CAF가 작년 10월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46국 중 60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임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왜 이런 격차가 발생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로 1위였다. 기부를 한 사람조차 61.7%가 제대로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내가 내는 기부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력에 걸맞은 기부 순위가 가능할 것이다.

기부 문화의 투명성 확보는 조세 정의의 실현과도 연관돼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금이 13조원 정도인데 법인·소득세율 25%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약 4조원의 세금을 거두지 않고 민간에 유보시킨 것과 같다. 국가가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을 좋은 데 쓴다는 이유로 징수하지 않은 것이므로, 기부 문화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그것이 세금을 정상 납부한 납세자를 위한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공익법인의 회계 기준을 구체화하고 국세청이 개정 공시 양식을 적용키로 한 것은 이런 취지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위원회의 설립도 투명한 기부 문화의 조성에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다.

투명성은 기술 개발로도 높일 수 있다. 최근 자선 분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피델리티자선기금(Fidelity Charitable)은 2017년 암호화폐를 통해 6900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유엔은 시리아 난민에게 블록체인으로 지원금을 보냈다. 요르단의 아즈라크 캠프에 있던 1만여 명의 시리아 난민들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전자바우처 형태의 지원금을 지급받았다.

누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검증되는 기술이 비영리 전 분야에 적용되면 기부금 유용과 횡령을 둘러싼 비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성실한 모금 단체가 비영리 분야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기부 문화도 활성화될 것이다. 올해에 더 투명한 기부 문화가 조성돼 우리나라가 기부지수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해 가기를 기대해본다.

[권오용 재단법인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