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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차이나포커스] 인구 쇼크에 6% 성장도 어려워지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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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노동 가능 인구 7년 전부터 매년 수백만명씩 감소하고 있어

景氣 진작책에도 성장률 하락… 韓 기업도 시장 변화 적응해야

조선일보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진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5~6.6% 정도가 될 것으로 중국 국내외 기관들은 추정한다. 2017년(6.9%) 대비 낮아졌지만 중국 정부 목표(6.5%)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치이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연초부터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돈을 풀어 경기(景氣)를 진작시키기 위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성장률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부분이 적잖은 탓이다.

미·중 간에 거친 관세 보복 조치가 오갔지만 수출은 문제가 없었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4784억달러로 2017년에 비해 11% 늘었다. 대미 무역흑자도 17% 오른 323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세 보복 조치 발효에 앞서 수출 물량을 밀어낸 요인이 컸다.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소비 부진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해왔다. 중국은 이미 소비의 성장 기여율이 60% 이상인 내수 중심 경제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믿었던 소비가 줄줄이 무너졌다. 소비의 양대 축인 신규 주택과 자동차 구매가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 판매 감소는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스마트폰 판매도 15% 넘게 줄었고 백색 가전업체들도 매출이 줄어든 업체가 속출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중국의 작년 상반기 실질 소매판매 증가율은 7.7%로 199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단기적으로는 과잉 생산시설을 줄이고 부채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의 영향이 컸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 부채도 급증했다. 집을 사느라 많은 돈을 빌려서 이자를 갚다 보니 소비 여력도 줄었다. 무역 전쟁으로 증시 폭락과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미래 불안감이 깊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요인은 노동 가능 인구 감소에 있다. 중국의 소비 증가율이 줄기 시작한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2008년 22.7%에 달했던 소비 증가율은 2011년부터 매년 떨어져 2017년 10.2%로 낮아졌다. 작년엔 한 자릿수로 떨어져 8%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노동 가능 인구가 2012년부터 매년 수백만명씩 감소하는 것과 거의 같은 흐름이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이푸셴 교수는 "현재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와 노인 인구 비율이 1990년대 일본과 매우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저출산으로 1990년대 위기를 맞은 것처럼 중국 경제도 인구 충격에 따른 경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유지해온 한 자녀 정책을 2016년 포기하고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이달 초 발표한 인구보고서에서 "지금 같은 저출산이 계속되면 2027년부터 중국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현재 출산율은 일본보다 더 낮다.

중국은 연초 은행 지급준비율을 내려 돈을 풀고, 철도 건설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작년 11월부터 미국의 보복 관세 조치에 따른 수출 위축이 현실화된 데다, 국내 소비·투자 감소 추세도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연구소는 '중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6.1%에 그치고 내년에는 5.8%가 될 것'으로 봤다. 7~8년 전만 바오바(保八·8%대 성장 유지)를 걱정하던 중국이 이제 바오류(保六)에 매달려야 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성장률 하락은 중국 시장 구조를 바꿔 놓고 있다. 소비 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기업 간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중국 시장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한국 기업들의 성패가 달렸다.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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