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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시가 있는 월요일] 산다는 건 결국 팽팽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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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간절한 기도의 진심과 방해하는 기도의 개입이
대립하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하루하루가 이럴 수 있지

북돋는 기도와 방해하는 사람
어떤 것이 어떤 것에 관여했는지
점점 알 수가 없고
그동안 무엇을 빌어왔는지
기도의 근원이 어려워지고
밑도 끝도 없고

그리고 끝도 없이 끝도 없이

월月이 가면 월이 오고
연年이 가면 연이 오고

- 황혜경 作 '팽팽한 공포' 중에서

존재론적 깊이가 있는 시다. '기도'라는 행위를 통해 삶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삶의 본질을 '간절한 기도'와 '방해하는 기도'의 대립으로 간파해낸 시도는 새롭고 절묘하다. 그러면서 시인은 삶의 본질을 꿰뚫는다. 삶은 결코 딱 잘라서 말할 수가 없는 존재다. 왜냐하면 간절한 기도와 방해하는 기도가 뒤엉켜 있으므로….

어디서부터 잘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찾아내기 힘든 게 인생사다. 그 혼돈 속에서 월(月)이 가고 연(年)이 간다는 명백한 진리만이 확인될 뿐이다.

그렇다. 월을 보내면 월이 오고, 연을 보내면 연이 온다. 야속하지만 세월은 그렇게 무섭게 흘러간다. 시를 다 읽고 나면 산다는 것이 왜 '팽팽한 공포'인지 알게 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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