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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AI·자율주행차·5G···이미 와 있는 미래, CES에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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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미래 보여준 CES

데이터 기반한 AI 본격화

5G로 혁신적 기술 변화 가능

자율주행차에도 많은 기대

삼성·LG 등 한국 기업 약진

생활용품 회사들 대거 참여

올해 참여 부진한 중국은

상하이 CES 아시아에 중점

[정재승의 퍼스펙티브] CES와 미래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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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복판 불모지에 도시를 건설하고 1959년 컨벤션센터가 세워진 이래 라스베이거스는 비즈니스컨벤션의 메카가 됐다. 매년 2만여 개의 행사가 서울 절반 크기인 이 도시에서 열린다. 그중 가장 큰 행사가 열리는 1월 중순은 라스베이거스가 긴장하는 ‘대목’이다.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열리기 때문이다.

67년 뉴욕에서 시작된 CES는 78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치러진다. 24만 명이 참석하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보다 참석 인원이 적지만 미래 IT 흐름을 선도하며 세계 최고의 IT·가전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올해 CES에는 4500개 회사가 전시 부스를 설치했으며, 19만 명이 참석했다. CES 행사로 라스베이거스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4000억원. 일주일 동안 참가자들이 먹고 즐기는 음식·카지노·여행 상품을 포함하면 1조 원을 넘어설 거란 추산이다. 한국 참석자는 미국·중국에 이어 3위. 올해도 약 7200명이 참석했다.

CES는 그 해 출시될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로 시작됐지만,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 간의 각축전으로 변하면서 ‘가전제품의 최전선’을 미리 목격하는 행사가 됐다. 2010년대로 들어서며 정보통신기술이 다양한 제품에 접목돼 자동차 회사들과 생활용품 회사들의 참여로 가전제품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가전제품이 전자공학적 접근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통신기술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CES는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볼 수 있는 기술 최전선’으로 자리하게 됐다.

CES는 테크놀로지의 최전선

CES는 ‘제일 먼저 선보이는 제품과 기술’에 주목한다. 지난 40년 동안 디지털 손목시계, 비디오게임 콘솔, Xbox, 비디오 플레이어, DVD, 블루 레이, 평면TV 등이 이곳에서 첫선을 보였다.

올해도 CES 참석자들은 ‘과연 올해 처음 세상에 등장할 제품은 무엇인지’ 주목했다. 그 혜택을 가장 크게 본 제품은 ‘LG 롤러블 TV’다. 전시관 전체의 완성도는 삼성이 훌륭했고, 혁신적인 제품에 수상하는 ‘이노베이션 어워드’도 삼성이 17개를 수상하며 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방’이 부족했다. 마이크로 LED로 구성된 조립형 TV인 월 TV(WALL TV)를 보여주었지만, LG에 다소 밀렸다.

LG 롤러블 TV는 주목받을 만했다. 롤러블 TV가 각별히 의미 있는 성취인 이유는 무려 10만 번이나 테스트해서 시제품이 아닌 완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TV 화면이 스피커 박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TV를 침대에 붙이거나 천장에서 내려오게 사용할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CES의 주인공은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었으나 몇 해 전부터 삼성·LG가 가장 주목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에서 삼성(17개·1위)과 LG(5개·6위) 외에 코웨이(7위)·네이버(8위)가 4개씩 받았다.

올해 CES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제품들이 AI를 다양한 서비스에 탑재하고,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이 본격화됐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상식이 됐다. 많은 데이터를 머신 러닝 기법을 활용해 지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대폭 늘었다. 파나소닉은 화면에 비친 얼굴만으로 성별은 물론 나이도 맞추고 건강 상태도 알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콘티넨털은 자동차의 움직임만으로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측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개했다.

주목받은 인공지능·5G·모빌리티

유달리 전시관마다 로봇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뚜렷한 특징은 로봇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대신 눈을 마주치며 명령에 답하는 감성형 로봇들이 많아졌다. 지난 전시에선 페퍼와 유사한 로봇이 많았다면, 이번 전시에선 팔다리가 없고 바퀴 달리고 얼굴만 있는, 심지어 눈만 있는 감성 로봇이 대거 등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비스는 만족스러운 수준에는 못 미쳤다. 향후 10년 안에 킬러 응용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올해도 자동차 회사들이 CES에서 강세를 보였다. 도요타를 제외한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저마다 큰 부스를 설치하고, 현란한 시제품들을 내놓았다. 전기차는 기본이고 다양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내놓았다. 새로운 형태의 콘셉트 카를 선보인 곳도 여럿 있었다. 같은 시기에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 국제자동차쇼가 위협을 받아 조만간 폐회를 준비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CES는 모터쇼를 방불케 할 만큼 신차 전시장이 됐다.

몇 년 전까지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스마트카를 선보일 능력이 없어 구글·아마존·삼성 같은 IT 회사들과 제휴해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개발팀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자율주행이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올해는 자율주행 레벨3 셔틀이 대거 등장했다. 셔틀의 외형은 폭스바겐이 제안한 레벨5 모델을 따르고 있다. 운전자가 없는 레벨5 수준이 되면 운전석으로 앞뒤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앞뒤 대칭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은 레벨3 수준이었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만약의 상황에서 운전해야 하는 수준이다.

올해 CES에서 또 하나의 키워드는 5G였다. 4G 시대보다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고, 트래픽도 7배 많아질 5G 시대가 되면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지 막연한 상황에서 각 회사가 구체적 답을 내놓았다. 가장 의미 있는 서비스는 스마트시티와 연결해 도시 스케일에서 어떻게 자동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서비스로 제공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딜로이트·삼성이 주목할 만했다.

생활용품 회사들, 대거 CES 참여

자율주행의 경우에도 자동차가 레벨 4·5로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 스스로 감지하는 교통 정보 외에 수백m 앞의 교통 상황을 도시가 5G로 전송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자동차가 자율주행으로 차선에 끼어들기 위해, 또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도로에서 우회전 혹은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이용한 5G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이번 CES에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등장했다. 생활용품 회사 P&G와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물론, 패션 회사 자라, 스포츠용품회사 나이키, 정수기 회사 코웨이까지 참여했다. IT 기술이 화장품·운동화·침대·정수기·패션 등 생활용품이 가전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라바바나 네이버까지 참가해 가전제품의 다양화가 본격화됐다. 특히 헬스케어 쪽으로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람들은 질병 예방 차원에서 수면과 스트레스 해소를 가장 중요한 적용 분야로 생각하고 있어, 헬스케어 서비스의 상당수가 그곳에 맞춰져 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스마트홈에서 스마트카를 거쳐 스마트시티로 확장되는 양상도 흥미롭다. 딜로이트 같은 회사는 도시 데이터를 분석해 홍수·화재·테러·범죄 등에 대응하는 리질리언스 테크를 선보였다. 이런 공공서비스를 위해서는 블록체인 위에 도시 데이터를 올려놓는 게 필수다. 스마트홈에서 보일러와 전기·에너지·공기청정 등을 서로 연결한 것을 이제 도시 스케일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부스 중 가장 사람들이 몰린 건 벨(BELL)에서 내놓은 ‘드론 택시’였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드론 자동차를 볼 수 있었던 건 놀라운 일이었다. 몇 해 전부터 웨어러블 장치들이 대거 등장한 것처럼 앞으로 가장 성장할 산업 중 하나가 드론 산업이라고 주최 측은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참여가 부진했다. 참가자가 줄었을 뿐 아니라 부스도 줄었고, 서비스의 내실도 떨어졌다. 2016년부터 상하이에서 시작된 CES ASIA에 무게 중심을 더욱 두려는 것 같다. 가전제품 최대 시장이 아시아인데 ‘굳이 왜 우리가 미국에서 가전제품 전시회를 하는가’하는 호기와 주도권을 아시아 쪽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기술의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

올해 전시를 돌아보면서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네’라고 실망했다면 오산이다. 기업들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년과 동일한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애쓴다. 만약 외형이 그대로라면 제품 내부가 달라졌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개선된 것이다.

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말한 것처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3년 후 미래를 보고 있다. 주의할 것은 많은 신제품이 ‘시제품들’이라서 실제로 상용화되지 않는 기술이 많다. 특히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의 상당수는 과장돼 있다. 따라서 너무 겁먹으면 안 된다.

우리가 각별히 주목해야 할 곳은 샌즈EXPO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회 ‘유레카 파크’였다. 이곳에 전시된 기술들은 다른 CES 전시보다 기술 수준은 높지 않았지만, 나라별로 스타트업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는가,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해외 협력에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보여준다. 올해도 단연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주목할 만한 나라였다. 이곳에 온 기업들이 10년 후 세상을 지배할 것이기에 여기를 주목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날마다 새로운 미래가 태어나는 도시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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