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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비건·최선희 라인에 쏠린 눈… '디테일 협의'가 성패 가른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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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스톡홀름서 실무협상 / 비건 취임 후 반년 만에 崔 만나 / 실질적 비핵화·상응 조치 협상 / 세부적 내용 공감·지속성 관건 / 이도훈 본부장도 이례적 참석 / 남·북·미 3자 회동 가능성 커져

세계일보

19일(현지시간) 시작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만남은 지난해 8월 비건 대표 취임 후 약 반년 만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1개월 남짓 앞두고 양국의 ‘실무 대좌’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약 50여㎞ 떨어진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개시된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창구는 몇 가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힘 실린 협상을 할 실무라인은 현재 비건 대표와 최 부상 간이 거의 유일하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가 모호했다는 지적을 받는 만큼 약 1개월 동안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얼마나 세부내용에 공감대를 이룰지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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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묵고 있는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김 부위원장과 함께 취재진 촬영에 응한 뒤 이 호텔 9층에 마련된 북미 고위급 회담장으로 김 부위원장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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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통제 20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의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 정문 앞에 경찰이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비건-최선희 라인’, 디테일·지속성 관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얼개를 짰다면,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이를 세부적으로 다듬고 선택지를 조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비건-최선희 라인’이 지금부터 2월 말, 회담 직전까지 안정적으로 가동되는지를 보면 협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월 취임 뒤 최 부상과 몇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 마침내 회동이 성사됐지만 후속 만남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비건-최선희 라인’이 2월 말까지 안정적으로 가동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번 스웨덴에서의 회동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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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외교부 나서는 최선희 민관공동참여 ‘1.5트랙’ 비공개 국제회의 참석 차 스웨덴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에서 마르코트 발스트롬 외교장관과 면담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스톡홀름=연합뉴스


지난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 부상과 성 김 전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실무협상을 맡아 약 2주일간 6차례 판문점에서 만났지만 구체적 협의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건-최선희 라인’에 주어진 시간은 약 한 달이다. 1차 회담 때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6·12 회담과 달리 고위급에서 정상회담 날짜를 못 박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언제든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세밀한 실무협의를 원하는 한·미와 달리 북한은 ‘통 큰 합의’와 ‘톱다운(top-down) 결정’을 선호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합의를 끌어내려고 하겠지만, 북한은 여지를 남겨두고 정상회담을 통한 ‘통 큰 결정’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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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3자 회동 성사되나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는 스톡홀름 근교의 휴양시설로, 주변과 접근성이 떨어져 시설에서 3박4일간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최 부상과 비건 대표는 ‘합숙 협상’을 하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22일까지지만 길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도착하면서 남·북·미 대표단은 스웨덴 측이 마련한 환영만찬에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만나는 스톡홀름 비공개회의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석한 점은 이례적이다. 3자 회동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12 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했듯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을 카드 중에는 우리와 직결되는 문제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본부장의 역할에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비건-최선희 라인’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미 삼각구도 생성 여부는 더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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