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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세계의 창] ‘무모한’ 트럼프를 기대한다 / 존 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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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이 2월 말께로 정해졌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개최지는 베트남이다. 의제는 이전과 거의 동일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에게 특히 어려운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4주를 넘겼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이 대통령을 비난한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싼 새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트럼프의 행위와 정책에 대해 많은 조사를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김정은은 부지런히 입지를 단단하게 다져왔다. 그는 이달 4차 방중을 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올봄 첫 방북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남한과의 관계는 지난 연말 남북철도 연결 행사를 하는 등 부드럽게 진전되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계획만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사설에서 이렇게 불평했다. “트럼프는 외교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모양새를 지키기 위해 김정은에게 무엇을 줄까? 김정은이 오랫동안 꿈꿔온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북한 지도자로서 그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 주한미군 철수?” 전직 국방부 관리인 밴 잭슨은 <워싱턴 포스트>에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 미국 외교가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를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외교는 성공해도 최소 몇달 혹은 몇년 지나야 진전이 나타난다. 정상회담을 비판하는 것도 쉽다. 이는 종종 그저 쇼일 때가 있다.

결국, 트럼프를 비판하는 건 아주 쉽다. 그는 외교 문제에 지식이나 관심이 거의 없다. 그는 자기 혼자만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행동은 변덕스럽고 태도를 시시각각 바꾼다.

그래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훨씬 더 부정적인 언론보도와 비판적 언사들을 예상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트럼프를 무참히 공격했다. 야당은 이제 하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대통령과 또 다른 독재자의 만남을 정치적 점수를 따는 데 활용하고픈 유혹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우선, 정상회담은 트럼프를 계속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고 전쟁보다는 협상에 집중하도록 붙들어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좋은 친구가 있다고 믿는 한 그가 북한에 무모한 협박과 행동을 가할 가능성은 낮다. 또 북핵 협상에 진전이 없더라도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했던 ‘전략적 인내’보다 낫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을 무시하면 그들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꿀 거라고 희망하는 것이었다. 정상회담은 그저 협상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는 환상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환상은 적대적 대치나 전쟁에 견주면 이로운 것이다.

정상회담은 남북 화해가 지속되는 데 보호막을 제공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악수하는 것은 서울에 평양과 협력해도 좋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은 트럼프에게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대부분의 미국 전문가는 트럼프가 시리아 철군 같은 무모한 행동을 할까 봐 두려워한다. 나는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비슷하게 뭔가 무모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북-미 협상은 북한이 단 하나의 협상 카드만 갖고 있는데도 미국이 단계적 양보 방식을 거부해서 정체돼왔다. 누군가 이 교착을 깨야 한다. 협상에서 훨씬 강력한 당사자로서, 미국은 태도를 바꿔서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

바꿔 말해, 나는 많은 미국의 전문가가 걱정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2차 정상회담을 지지한다. 나는 트럼프가 무모한 뭔가를 할 가능성을 환영한다. 트럼프는 국내외에서 어리석고 공격적이고 불안정한 정책 행동을 수도 없이 한다. 다음달에는 그가 평화를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기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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