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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 이대남은 부동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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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대선 이후 1년8개월 20대 여론조사 추이 분석…

20대 남성 지지율 요동친 고비마다 공정성 이슈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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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개별 수치보다 추세를 봐야 한다. 특히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가 매주 발표되는 한국 사회에서 일주일의 여론은 조사 기간 전후로 발생한 ‘휘발성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결과들이 나오며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젠더 갈등’은 외피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2018년 12월10~14일 2509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에서 2017년 80%대였던 20대 남성 지지율은 1년이 지나 29.4%(20대 여성은 63.5%)까지 떨어져 모든 연령대별 남녀 계층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 조사(2018년 12월18~20일 1002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20대 남성의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1%로, 20대 여성(67%)과 격차를 보였다. 이 추세는 2019년 1월에도 유지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20대 남녀의 지지율 격차에 ‘이대남(20대 남성)의 변심’으로 이름 붙이고, 한쪽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고, 다른 쪽에서는 ‘20대 보수화’라는 흘러간 담론을 다시 꺼내들어 해석했다. ‘젠더 갈등’을 원인으로 앞다투어 꼽았고, 일부 정치인은 “(남성 혐오 논란이 있는) ‘워마드’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젠더 갈등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수박 겉 핥기’에 머물러 20대 남녀가 처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의 정치 성향 변화와 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누적된 20대 남성의 불만 등 여론조사에 숨은 일련의 추세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 이후 한국 주요 선거의 유권자 투표 행태를 분석하는 핵심 변수로 ‘연령’이 떠올랐다. 이전까지 지역주의가 좌우하던 유권자의 성향이 16대 대선을 거치며 20·30대 젊은층은 진보 성향 후보를, 50·60대 고령층은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은 젊은층,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은 고령층이 핵심 지지층이라는 공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공식에 금이 가고 있다. 먼저 정치학계에서는 50대 유권자에 주목하며 이들에게 ‘연령 효과’(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돼 가는 경향) 대신 30·40대 투표 성향을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하는 ‘코호트 효과’(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가 보인다는 연구들이 나온다.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386세대가 50대에 진입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20대 역시 ‘젊은층은 진보’ ‘20·30대는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에서 일찍부터 벗어났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열린연구소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15~18일 20대 남녀 800명의 정치 성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의 정치 성향은 능력 차이에 따른 불평등을 지지하고, 작은 정부를 선호하며,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보다 ‘강경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요약됐다.

10명 중 7명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별과 기여도 평가는 정당하다’고 응답했고, 반수가(49.9%)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를 선호했다. 기존의 민주/반민주, 진보/보수 구도로 틀을 짓기 어려운 성향을 보인 것이다.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지만 조사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20대 후반보다 20대 초반이 더 보수 성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프레임으로 해석 안 되는 20대 남성

여론조사 컨설팅 업체인 입소스코리아가 지난해 10월 한국인의 정치 성향을 분석(10월8~10일 1200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8%포인트)한 보고서를 보면 국가 개입에 가장 강력하게 찬성하는 성·연령대는 30대 여성이었고, 개인 자유에 대한 국가 개입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성·연령대는 20·30대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의 개입과 큰 정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기존 진보 세력·민주당·문재인 정부와 20대의 정치 지향이 어긋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은 “민주화운동을 거친 386세대보다 20대의 이념 지향성은 약할 수밖에 없고 개인주의적이다.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20대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정부와 정당에 대해서도 실리적으로 판단하는 기류가 강하다. 자신이 겪는 문제의 책임을 당시 집권하는 정부에 돌리는 경향도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20대는 특정 정당과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약하고,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성’에 민감하며 자신의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잣대로 정치를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는 평가다. 2017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펴낸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분석과 의미’(박유성·이선미) 논문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서 “싫어하는 후보를 막기 위해 투표했다”는 비율이 20대에서 28.59%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선 일주일 전에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도 20대가 68.04%로 평균(52.35%)을 웃돌며 다른 세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출구조사 결과만 보면 유승민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후보(14.52%)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13.74%)에 대한 지지율도 20대에서만 두 자릿수를 넘겼다. 한국갤럽이 대선 이틀 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은 유승민 후보(17%), 20대 여성은 심상정 후보(17%)에게 다른 세대보다 높은 지지를 보냈다. 대선 출구조사에서 2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1위(47.6%)였지만 30·40대보다 낮았다.

즉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20대 유권자들이 큰 몫을 했지만, 이들은 단일한 핵심 지지층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성패에 따라 언제든 지지를 거둘 수 있는 중도층 성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국갤럽의 대선 이틀 전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20대 남성(29%)과 20대 여성(50%)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공정성 논란 때 지지율 무너져

결국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20대 남성과 여성의 국정 지지율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에 ‘젠더 이슈’가 영향을 끼쳤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단편적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가졌던 기대가 20대 남성층에서 어떻게 실망으로 바뀌었고 지지 철회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젠더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대 남성들의 지지는 흔들렸다. 2017년 12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월평균 자료를 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80%(20대 여성은 86%)였지만,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가 발표된 2018년 1월 월평균 지지율은 68%(20대 여성은 83%)로 하락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5~6월 80%대를 회복한 20대 남성 지지율은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재판소 선고, 서울 혜화역 불법 촬영물 규탄 시위 등이 벌어진 7월에 64%로 다시 떨어졌다.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논란, ‘1호 미투법’으로 알려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국회 통과,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방안 발표 등이 이어진 11~12월에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결국 40%대로 하락했다. 갤럽의 월평균 지지율 추이를 좇아가면 2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는 세대와 성별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12월에 60%대로 내려왔다.

지지율 추이를 보면 20대 남성을 지배하는 정서는 ‘공정성’이다. 채용 비리 등 공정성과 관련된 사회 현안에 같은 나잇대 여성에 견줘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성을 더 이상 차별받는 약자로 규정할 수 없다”는 20대 남성의 인식이 취업의 어려움과 맞물리는 데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찾고 있다. 젠더 이슈에도 ‘공정성 프레임’이 20대 남성의 여론을 좌우하는 것이다.

이상일 본부장은 “20대 남성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강력하게 지지했지만 단기간에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 집권 3년차와 취업 문제 등 개인 상황이 맞물리며 지지율 하락이 가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보·보수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젠더 이슈만으로 지지를 철회했다는 것은 종합적인 분석이 될 수 없다. 한국적 현실상 20대 남성이 여성보다 취업과 경제 상황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다. 현 정부의 고용지표 악화를 남성들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여기에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추가 이슈, 언론과 온라인으로 재생산되는 젠더 갈등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20대 여성들이 문재인 정부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유지하는 것에 딱 떨어지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현 정부에 여전히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은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 하지만 여성들은 현 정부가 반여성적이지 않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남성들은 정부가 여성 편을 든다고 보기에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이 진짜 엄중한가

20대 남녀 지지율 격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원인을 들여다보며 대책 마련 등에 골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10일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20대 남녀 지지율 격차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그런 갈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는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들이다”라고 답했고, 이에 야당은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답변에서 야당이 정권에 강하게 요구해야 할 대목은 그다음에 있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사회가 되고, 보다 더 잘 소통하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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