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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매니저가 본 톱스타 배우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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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프랑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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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이자벨 아자니, 모니카 벨루치, 쥘리에트 비노슈, 베아트리스 달, 장 뒤자르댕, 제라르 랑뱅…. 영화제 혹은 시상식이 열릴 때나 한자리에서 볼 법한 명배우들을 한 드라마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프랑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원제 ‘Dix Pour Cent’)는 소위 역대급 캐스팅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가상의 대형 연예기획사를 배경으로, 소속 배우들과 담당 매니저들의 애환과 다양한 사건사고를 담아낸 이 작품은 매회 톱스타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가공된 에피소드이긴 해도, 그 배우의 실제 캐릭터가 반영되어 현실과 가상을 줄타기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실명 출연이 단순한 흥미와 시선 끌기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영화계의 성 차별, 나이 차별, 출신 차별 등 여러 병폐 그리고 스타들의 자의식 과잉, 경쟁심, 콤플렉스 등 직업적 특성에 관한 예리한 풍자가 실제 배우들의 육성을 통해 훨씬 현실감과 입체감을 얻게 된다. 가령 이 작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시즌 3’의 제1화를 보자. 예술영화를 찍은 장 뒤자르댕이 배역에 너무 심취해서 원시인처럼 살아가는 에피소드다. 신작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그가 집 밖으로 나오긴커녕 씻을 생각도 하지 않자 매니저 앙드레아(카미유 코탱)는 “내 배우가 ‘대니얼 데이루이스병’에 걸렸다”고 한탄하고, 신작 제작진은 “예술영화 좋아. 퇴물 교수들이나 좋아하는 영화도 있어야지”라고 냉소한다.

그런가 하면 쥘리에트 비노슈가 등장하는 ‘시즌 2’의 6화는 ‘여배우의 드레스’를 소재로 “권력투쟁의 장이 된 여성의 몸”이라는 이슈를 제기한다. 칸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비노슈는 드레스 대신 턱시도를 입겠다고 하지만, 궁리가 먼저 턱시도를 입는다는 이야기에 다시 드레스를 입게 된다. ‘남자 배우들은 다 똑같은 턱시도인데 뭐가 문제냐’는 비노슈의 반문은 허공에 흩어진다. 이 와중에 ‘영화제의 오랜 친구’를 자처하는 한 남성 후원가는 비노슈에게 은밀한 만남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최근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여성 배우들이 맨발로 등장해 보수적인 드레스코드에 항의하고 여성 감독 차별을 향한 시위를 벌이는 등 성 차별 이슈가 급부상하는 현실을 반영한 에피소드다.

요컨대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영화 종주국 프랑스의 자부심과 위기의식, 그리고 자성이 모두 담긴 시리즈다. 톱스타들이 단순한 특별출연도 아니고, 한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매니저들의 처절한 생존법과 애환도 흥미롭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배우들이 지긋지긋하면서도, 그들의 재능과 매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매니저들의 양가감정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묘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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