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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아파트값 더 떨어져야 ‘거래 정상화’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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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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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 장기화” “부동산 빙하기 오나” “중개업소 줄폐업” 등등. 언론들이 연일 쏟아내는 부동산 관련 기사 제목이다. 포털을 검색해보면 최근 1주일 사이 이런 기사가 150건이 넘는다. 대부분 결론은 투기 억제 대책을 풀라는 주장이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주택 거래가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월까지 급증하던 서울의 주택 거래량이 11월 23%(전년 동월 대비) 줄었고 12월엔 49%로 감소 폭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거래가 과열됐던 점을 생각하면, 이제 겨우 몇달 지난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 운운하는 것은 호들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값은 2014년 박근혜 정부의 ‘7·24 규제완화 대책’ 이후 4년 넘게 쉬지 않고 올랐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 기간 상승률이 27.7%에 이른다. 반면 9·13 대책 이후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춘 11월 첫째주부터 올해 1월 둘째주까지 하락 폭은 0.63%에 불과하다. 일부에선 최근 두세달 사이 가격이 3억~4억원 떨어진 몇몇 강남권 아파트들을 예로 들지만 이런 곳들은 이미 그 전에 하락 폭보다 몇배 더 올랐다. 한 예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국토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9월 20억5천만원에서 12월 17억원으로 3억5천만원 내렸지만 10억원 하던 2014년 7월을 기준으로 하면 7억원 올랐다.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거래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투기 세력이 시장을 움직이면서 거품이 많이 낀 탓에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전국 5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가구의 29%, 무주택 가구의 51%가 “주택 구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구가 희망하는 서울의 주택 가격은 평균 4억9241만원이다. 반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은 8억4502만원이다. 격차가 3억5천만원가량 된다. 매도 희망자와 매수 희망자의 눈높이가 더 좁혀지지 않으면 거래가 활발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집값 불안을 가까스로 잡은 마당에 다시 규제를 푼다면 주택시장은 또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흔들림 없이 가져가야 할 때다. 투기 수요를 걷어내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면 주택 거래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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