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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직원들을 걸레처럼 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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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2018년 말, 붙박이 직원 25명에게 사직서 받은 뒤 ‘시급제’로 전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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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100억원이 넘는 수익사업을 벌이고 간부들이 거액의 뒷돈을 챙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가 10~20년 함께 일한 부장급 직원 11명에게서 일괄 사직서를 받은 뒤 시급제 근무로 ‘강제’ 전환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제작하는 수익사업에서도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한 부장급 직원은 “배신감에 치가 떨려 이제 고엽제의 ‘고’자도 생각하기 싫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이 1월 중순 만난 전우회 일부 직원들은 당시 과정을 설명하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초였어요. 이야기하자고 모이라 하더군요. 황규승 회장과 사무총장도 함께한 자리였어요. 전우회 사정이 어렵다면서, 전체 25명 중 부장급 이상 남자 직원 11명한테 일괄 사직서를 내라고 했습니다. 160만원씩 받는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거예요.” 전원 퇴직 절차를 밟은 뒤 시급제로 다시 채용해, A조와 B조로 나눠 열흘씩 근무하는 방식으로 월 8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폭탄 제안이었다.

퇴직금도 줄여서 지급?

직원들은 무엇보다 전우회의 재무 사정이 어려워진 이유에 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들은 “전우회 간부들이 (쓰레기봉투를 제작하는) 수지사업소에서 뒷돈을 빼내 썼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그 부담으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수지사업소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입막음을 위해 거액 운영자금을 지원했다가 회수가 어려워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우회 쪽에서도 수지사업소에 대한 자금 회수 차질로 전우회 재무 사정이 어렵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면서 “뒷돈은 간부들이 빼내 쓰고, 그로 인한 경영 부실 부담은 직원들의 희생으로 메우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전우회 수지사업소의 연매출은 2017년 66억원이었고, 황규승 회장이 경기도 지부장일 때 해당 사업장을 관할했다. 주택 사업과 4대강 골재 사업에 이어 종량제봉투 사업까지, 묻혀 있던 전우회의 수익사업 비리와 의혹이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괄 사직 뒤 시간제 전환’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10~20년 함께 일한 고엽제 전우들인데, 내보내도 좋게 내보내야지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하면 되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한때 “강행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11명의 연명서를 작성해 사무총장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직원들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하나둘 사직서를 내기 시작했다. 7명이 시간제 근무를 받아들여, 지금 서울 서초동 전우회 사무실로 하루 걸러 출근하고 있다. 나머지 4명은 전우회를 영영 떠났다. 그중 1명은 “환멸을 느껴서” 사직서를 썼고, 1명은 버티다가 ‘권고사직’ 당했다. 일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고엽제 피해자인 붙박이 직원들을 걸레처럼 내치면서, 퇴직금도 줄여 지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우회의 사단법인 출범은 1997년인데, 국가보훈단체로 바뀐 2009년을 기준으로 근무기간을 줄여 퇴직금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우회 쪽은 “보훈단체로 승격되기 이전에는 직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복지비 정도만 받고 봉사 근무한 것이고, 2009년 보훈처의 권고를 받아 근로자로 4대보험 취득 신고를 했다”면서 “그 날짜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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