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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기자의 시각] 선관위원까지 '캠코더 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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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연진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에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오는 19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재요청했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지 닷새 만이다. 야당에선 "사실상 '임명 강행 통보서'를 보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한 이유는 조 후보자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조 후보자의 이름은 민주당이 2017년 9월 29일 발간한 대선 백서 785쪽에 명기돼 있다. '심판' 후보자가 알고 보니 특정 팀의 '선수'였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를 '실무진의 단순 행정 착오'라고 했다. 조 후보자가 민주당 특보로 활동한 적이 없고 실제 그런 특보는 있지도 않은데, 어찌 된 일인지 백서에는 이름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명은 상식적이지 않다. 민주당 백서에 '공명선거특보'는 조 후보자 단 한명뿐이다. 야당은 "단수 특보 명단에 뜬금없는 사람의 명의를 도용했다는 얘기냐"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실수'라는 답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과거 보수 정권의 사례를 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선 보수 단체 활동 이력이 있는 인사가, 박근혜 정부에선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소 출신 인사가 선관위원에 임명됐었다는 것이다. '적폐 청산'을 외치는 정권에서 "보수 정권도 그랬다"는 반박은 군색하다. 오히려 조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가운데'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선관위를 장악해 오는 총선·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야당의 의심이 훨씬 합리적으로 들린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조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려는 여권의 태도다. 임기 6년의 선관위원은 선거사범 조사권을 가진 선관위 사무처를 감독하고, 유권해석 등 주요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권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말만 반복하며 임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7명이다. 조 후보자까지 임명되면 8명으로 늘어난다. 인사청문회를 아예 거치지도 못한 것으로는 조 후보자가 첫 사례다. 백보(百步) 양보해 정부 부처 인사는 '국정 운영'을 위해 청와대 뜻대로 임명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선관위원은 완전히 다르다. 공명선거의 심판까지 청와대 입맛에 맞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채운다면 누구도 경기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편파 심판에게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야당의 목소리를 이번만은 새겨듣기 바란다.

[최연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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