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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사설] "경제 어려울 땐 이념보다 현실 중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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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15일 니어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던진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은 차분하게 곱씹어볼 의미 있는 내용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이념이나 사상에 사로잡혀 정책을 경직적으로 적용해가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정리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때는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고 실사구시 자세로 위험 관리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이 옳은 선택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전 장관뿐만 아니라 세미나에 함께 참여했던 경제학자들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방향은 맞더라도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어놓고 사실상 분배정책 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 감소와 계층 간 소득불평등 악화를 초래하고 있을 가능성을 잘 보라고도 했다. 잘못된 방법이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의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확인하고도 정부가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질타의 강도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김대중정부 첫 재경부 장관으로 1998년부터 외환위기 뒷수습을 진두지휘하며 1년 반 만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한 구원투수였다. 그런 점에서 그의 조언은 최근 경제주체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경제위기 진단을 받아들인 뒤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 경험 많은 원로의 견해로서 주목할 만하다. 이날 세미나에 함께했던 경제학자들도 한목소리로 소득주도성장이 일으키고 있는 불필요한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실질적 정책을 펴나가라고 주문했는데 이 전 장관과 비슷한 진단에서 내놓은 해법일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불안정한 대외 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하방 국면 진입에 휩쓸려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한계선에 서 있다. 경기순환 차원에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진 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과 수출 역시 어려워질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념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라는 이 전 장관의 조언은 이런 상황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팀의 화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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