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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임종헌에게 ‘서영교 청탁’ 받은 법원장 “못 막아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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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권남용 단서 포착



경향신문



담당 판사 불러 “행정처 요구”…‘부적절 개입’ 인지 정황

국회 파견 판사가 ‘서 의원이 한 얘기’ 임종헌에게 e메일

서 의원은 계속 부인…양승태 구속영장 청구 미뤄질 듯


2015년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61·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사진)의 재판 청탁을 담당 법관에게 전달하면서 “법원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다. 막아줘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구속기소)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단서로 판단한다.

16일 임 전 차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문 전 법원장은 2015년 5월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재판을 맡고 있던 박모 판사를 집무실로 불렀다. 문 전 법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내 아는 사람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있다고 한다. 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가 이런 거는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피고인이 변론재개 신청을 할 거라고 하는데 사유가 되는지 한번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문 전 법원장도 이러한 재판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했음을 뜻한다.

검찰이 파악한 청탁 전달 과정은 이렇다. 서 의원은 2015년 5월18일 국회 파견 중이던 김모 부장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21일 선고 예정인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달라’고 했다. 이모씨는 서 의원 총선 캠프 연락사무소장 아들로 심야 시간에 여성을 추행하려다 이 여성이 우산을 휘두르며 저항해 미수에 그친 혐의(강제추행미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서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입니다’라고 청탁 내용을 문서로 첨부해 e메일로 임 전 차장에게 보냈다. 임 전 차장은 이튿날 문 전 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 의원이 이씨에 대해 벌금형 등 선처를 요청하는데 선고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씨 측이 변론재개 및 기일연기를 신청하면 받아주도록 담당 재판부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전 법원장은 박 판사를 불러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에게 지시해 박 판사가 속한 재정합의부 재판장에게도 청탁 내용을 재차 전달했다. 이 재판장은 심의관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박 판사는 이씨 측의 변론재개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역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 의원은 전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죄명을 바꿔 달라거나 선처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의 노철래 전 의원 재판 개입 과정에서도 직권 남용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임 전 차장이 2016년 8월 노 전 의원 선고를 앞두고 재판이 진행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원장에게 보낸 e메일에 ‘부담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e메일엔 노 전 의원 죄질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다른 국회의원보다 가볍다는 내용의 문건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받아 첨부했다.

임 전 차장은 이후 노 전 의원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대법원 양형실장에게 형량이 다른 정치자금법 사건과 비교해 적절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안다는 듯 “보고서는 행정처 양식이 아닌 걸로 작성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초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에 대한 조사를 15일 마치려 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 열람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사를 끝내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17일 이후 다시 출석해 조서 열람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 주말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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