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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ctrl+C, ctrl+V’ 무한 확산 인터넷에선…명예훼손죄 더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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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형위 “가중처벌”

최대 징역 3년9월까지

표현의 자유 제약 우려도

지난해 8월 최태원 SK 회장(58)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의 동거인 김모씨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60대 여성 김모씨(63)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비공개 증인신문을 마치고 나온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허위 댓글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2016년 수차례 포털사이트 기사 등에 ‘꽃뱀’ 등 비방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현덕 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최 회장은 2016년 말 자신과 동거인 김씨에 대해 지속해서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 1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인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공방이 급증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고소·고발 건수’는 2002년 120건에서 2016년 9372건으로 78배 이상 증가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인터넷 명예훼손 형사처벌도 2001년 119명에서 2014년 1251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다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15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내놨다. 일반 명예훼손은 기본 형량을 징역 4월~1년으로 했는데 출판물이나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은 기본 형량을 징역 6월~1년4월로 높여 잡았다. 공적인 출판물이나 인터넷을 통하면 전파가능성이 높고 피해 회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다. 상습적이거나 심각한 피해, 범행기법 불량 등 가중 처벌 요소가 2가지 이상 겹친다면 일반 명예훼손 형량은 최대 징역 2년3월, 출판물이나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은 최대 징역 3년9월까지 높아질 수 있다. 위원회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징역형 선고비율이 낮고, 범죄로 처벌하지 말자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 점을 고려해 양형 기준을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명예훼손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가만 있으라’고 방송했다는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은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4년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꾸린 뒤 기소한 첫 사례였다.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을 우려해 독일, 일본 등은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한 별도의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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