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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맵게 먹는 한국인 취약···'조기 발병 위암' 원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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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내연구진이 45세 미만에서 발생하는 조기발병위암의 원인을 밝혀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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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더 많은 40대 '조기발병 위암', 환경보다 유전적 요인


국내 연구진이 40대 전후로 발병하는 ‘조기 발병 위암(Early-onset gastric cancer) 원인을 밝혔다. 이상원 고려대 화학과 교수와 황대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 바이올로지 전공 교수 등 11명의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결과다. 연구 결과 조기 발병 위암은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인 요인이 높으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은 더욱 높았다. 이번 연구는 15일 암 분야 국제학술지 ‘켄서 셀(Cancer Cell)’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먼저 “전 세계적으로 연간 72만3000여 명이 위암으로 사망한다”며 “암 종류별 사망자 수로 따지면 폐암·간암에 이어 세 번째”라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 환자 중 15%가 45세 이하의 젊은 환자로,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비율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대희 교수는 “한국ㆍ멕시코 등 매운 음식을 즐기는 국가에서 일반적인 위암 환자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조기발병위암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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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조기발병위암은 미만형이 많아, 진단이 어렵고 넓게 퍼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암이 간에 전이된 70대 환자의 컴퓨터단층 촬영모습. [사진제공=서울대학교병원]


이처럼 젊은 나이에 생기는 조기발병위암은 전이가 잘되는 ‘미만형(Diffuse type)’이 많아 치료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진행한 이상원 교수는 “미만형 위암은 암 조직이 덩어리 형태가 아니라 위 점막 아래 넓게 퍼져있어 징후가 없고 내시경으로 진단이 어렵다”며 “그간 그 원인도 규명되지 않았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5년간 80명의 조기발병위암 환자로부터 암 조직과 주변 정상조직을 얻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으로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약 7000여개의 체세포 변이 유전자 중에서 조기발병위암과 상관관계가 있는 3개의 변이 유전자를 찾아냈다. CDH1, ARID1A, RHOA이 그것이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이 조기발병위암과 관련된 신호전달경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또 암 증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체 연구를 병행해, 같은 위암 환자라도 치료 반응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세분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네 종류의 위암 유형이 각각 다른 세포 신호전달경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보다 정밀하게 위암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위암의 원인에 대해 정밀하게 진단하고 이에 따라 보다 개선된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스트 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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