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동작·종로·성동 등 5개 구는 최근 한국감정원에 "2019년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다시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0일에는 각 구청 과장급 주택·토지 담당 공무원들이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를 함께 방문했다. 마포구청은 9일 개별적으로 국토부를 방문해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
표준단독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약 418만 가구 가운데 표본으로 지정된 22만 가구다.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 이를 기준으로 각 구청이 나머지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매긴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표준단독주택 공시 예정 가격을 보면, 강남·북을 불문하고 공시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여러 건 확인된다. 강남구 역삼동 3층 다가구주택(대지 56평) 공시가격은 14억3000만원에서 40억원으로 2.8배가 됐고, 관악구 남현동 2층 다가구주택(대지 62평)은 6억8800만원에서 10억원이 됐다. 서초구청이 관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전수 조사한 결과, 평균 상승률은 30.8%였고 최대 124% 급등한 곳도 있었다.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 보유세가 오른다. 보유세 인상 폭은 공시가격 상승 폭보다 더 크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1주택자라도 종부세 대상이 된다. 예컨대 공시가격이 1년 새 6억88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45% 오른 관악구 남현동 2층집 주인 A씨는 가진 집이 그 한 채뿐이고 향후 공시가격 인상이 없다고 치더라도 올해 180만원이던 보유세가 내년 250만원, 후년에는 313만원으로 최종적으로 74% 오른다. 보유세는 1년에 50%(다주택자는 100~200%) 이상 못 올리는 '세 부담 상한' 제도가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시가격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이대로라면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인 은퇴 계층의 세금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구청의 이러한 움직임이 일종의 '보여주기'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항의 방문 주체가 과장급에 불과하고, 사전 약속 없이 방문해 담당자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민원이 제기되자 의례적으로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snoopy@chosun.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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