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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佛 ‘노란 조끼’에 치이는 마크롱, 석달간 ‘국민 대토론’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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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주간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석 달간 ‘대국민 토론’을 연다고 13일(현지 시각)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경제 개혁 핵심 의제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 노란 조끼 시위대가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2300자가량의 서한에서 "이것이 분노를 잠재우는 방법"이라며 석 달간 대국민 토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금, 이민 등에 관한 35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정부가 이달 15일부터 오는 3월 15일까지 대토론을 실시한다고 밝힌 걸 구체화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국 지자체 청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12월 10일 대국민 담화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상당수 받아들이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가디언


그는 프랑스 국민에게 대국민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질문도 금지된 건 없다. 우리는 모든 의견을 같이할 순 없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게 정상적인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의견을 개진, 교환하는 것이나 논쟁을 벌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국민 토론 핵심 주제로 경제 질문을 던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느 세금을 줄여야 하는가 △우선으로 절약할 공공 지출 분야는 어떤 것인가 △관리조직이 과도한가 △국민투표를 더 자주 해야 하는가를 주요 질문으로 뽑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이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는 타운홀 미팅(지역 주민을 초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나 인터넷 설문에서 이와 관련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토론 중 새롭게 제기된 의견은 새로운 ‘국가 계약’을 수립하고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토론으로 노란 조끼 시위대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한에서 자신이 이끄는 경제 개혁 핵심 의제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금이 높다면 기업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와 성장을 이끌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추진하는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토론이 마무리되면 한달 안에 스스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가 낸 결론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유류세(稅) 인상에 반대하며 시작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반(反)마크롱 정부’ 시위로 변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밝히며 급한 불을 끄려 했지만 노란 조끼 시위대는 마크롱 정부의 부자를 위한 감세, 높은 실업률, 빈부 격차, 성장 둔화 등을 복합적으로 문제 삼았다.

노란 조끼 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서민층 면세 확대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는 노란 조끼 시위대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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