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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안락사 논란 ‘케어’ 이사회 소집…직원들 “정상화=박소연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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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동물권단체 ‘케어’ 긴급 이사회 열려

직원들 10여명 이사회에서 박 대표 퇴진 주장

박소연 대표 “진퇴를 논의할 단계 아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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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케어(CARE)에는 박소연 대표가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왔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중 상당수를 안락사 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인 13일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는 이 단체의 긴급 이사회가 소집됐다. 전날인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함께 박 대표의 안락사 지시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직원연대)는 이날 오후 2시에 소집된 이사회를 찾아 박 대표의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케어 직원도 속인 박소연은 사퇴하라!’라고 적힌 현수막과 ‘박소연은 사퇴하라’, ‘케어 살리기=대표 사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직원연대 쪽은 “우리가 이사들 앞에서 피켓을 드는 이유는 이 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케어가 지금 있는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박 대표가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또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박소연 대표인데 우리끼리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박소연 대표님 나와주십시오”를 거듭 외쳤다. 직연연대가 이사회 장소에 들어왔을 때 박 대표는 사무실의 다른 공간에 머물고 있었다.

직원연대의 한 관계자는 “보도되기 전에 전체회의에서만이라도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에게 설명해주셨으면 이렇게까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체회의 때만 해도 박 대표 본인은 안락사(논란)에서 당당하다며 안락사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사회 쪽은 “대표도 모르는 상황이 있다”며 “카메라를 철수하면 대표가 나오겠다”고 말했다. 직원연대와 이사회의 대치는 30여분간 계속됐다.

직원연대의 요구사항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이번 사태에 총 책임이 있는 박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열린 이사회가 박 대표의 사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 케어 직원은 “이사회를 우리가 모르게 비밀리에 소집한 게 의심스럽다. 이사들은 정관을 수정할 권리가 있지 않으냐. 대표 퇴진 규정을 어렵게 바꾸기 위한 긴급 이사회로 의심된다”라고 항의했다.

직원연대와 이사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표의 해임 권한은 직원들과 정회원 등이 모여 의결하는 총회가 가지고 있다. 직원연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사회에서 대표 선임에 관한 조항을 변경할 경우 총회에서 대표 해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날 소집된 이사회가 박 대표의 해임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어 이사회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사회 관계자가 “오늘 이사회는 ‘케어의 정상화’를 위해 소집된 자리”라고 말하자 직원들은 “저희는 박소연 대표 해임 없는 케어의 정상화에 반대합니다”, “박소연 대표가 남아있는 한 케어는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직원연대의 두번째 요구는 2015년부터 이뤄진 안락사 결정에 이사회의 관여 여부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직원연대 쪽은 박 대표가 이사진의 동의 하 안락사를 진행해 온 것이라면 이사회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사회 쪽은 취재진의 철수를 거듭 요구했고, 결국 이날 오후 2시50분께 사무실 안에 있는 취재진이 모두 철수한 뒤에야 박 대표가 직원들 앞에 나왔다. 약 1시간30분간 진행된 양쪽의 대화에서 박 대표는 소통이 미진했던 건 인정하나 언론 보도는 짜깁기돼 있고 악의적으로 보도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와 만나 대화를 한 직원연대의 이미희 케어 구조팀 활동가는 <한겨레>에 “박 대표가 ‘무차별한 안락사’는 아니었으며 본인이 지시한 안락사는 정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직원들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이사진도 안락사 결정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안락사 대상 선별이나 안락사 진행에 대한 의결이 극소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셈이며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직원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박 대표를 포함한 케어 이사진은 이사회를 계속 진행했다. 이사회에서 박 대표는 “사퇴에 대해서는 논의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대표는 “거취를 논하는 것보다 케어가 여태까지 성심껏 동물보호에 돈을 남김없이 써왔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불가피함 때문에 안락사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알리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제가 충분히 사과할 계획”이라며 “지금 이 사안은 1년 넘게 (내부인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서 계획한 짜깁기”라고 주장했다.

김경은 케어 자문 변호사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사회에서 대표 사퇴를 권하거나 직무해제를 결정할 수 있지만 해임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이사회에서 케어 직원이 아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사안에 대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집중하자는 방향의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사진이 안락사 결정을 모를 수 있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케어 내에 홍보팀, 구조팀, 회계팀 등 업무가 분화돼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면밀하게 논의할 수는 없다”며 “이사들끼리도 1년에 한, 두 번 만나기 때문에 예전부터 일부 안락사를 했다는 걸 아는 이사들도 있지만, 최근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은 몰랐던 이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케어 이사회 쪽은 박 대표의 입장 등이 정리되는 대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표의 안락사 지시 사실을 세상에 밝힌 케어 동물관리국장의 변호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음주 정도에 박 대표를 상습사기와 동물학대 혐의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오연서 최우리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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