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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단독] 대구은행장 겸직 논란 김태오…서둘러 `후임자 육성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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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DGB금융지주 내홍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김태오 DGB금융 회장(사진)이 은행장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양성해 본인이 겸직하기로 한 은행장 자리를 물려준다는 계획이다.

13일 금융업계와 DGB금융에 따르면 김 회장은 14일 대구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담화문을 발표한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담화문 초안에 따르면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차기 은행장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직에 있는 임원과 향후 임원 예정자가 후보다. DGB금융은 2020년에 2차 후보군 3명을 선정한 뒤 별도 육성 프로그램을 거쳐 2020년 6월 최종 내정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선발된 내정자는 6개월간 해외 연수기간을 거쳐 2020년 12월 최종 은행장으로 선발된다.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3월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논란에 휘말린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은행장직을 내려놓으면서 9개월 넘게 공석이다. 최근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는 가운데 신임 행장을 선출하기 위한 작업을 했지만 최종 후보자를 뽑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자추위)'는 지난 11일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겸직 체제를 한시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주 이사회의 겸직 결의에 대해 은행 일부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전 행장이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면서 '제왕적 지배구조'에서 각종 비리에 휩싸인 만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겸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고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다른 금융지주들 추세와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사무금융노조 대구은행 노조(제2노조)도 "내부 출신 후보자를 선출하라"며 투쟁을 예고했다. 반면 김 회장과 지주 이사회는 더 이상 대구은행장 자리를 비워놓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9개월 동안 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면서 "거론됐던 은행 출신 인사 6∼7명 가운데 각종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행장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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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출신 유력 인사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불법 보전 사건'에 연루돼 있다. 지주 자추위도 담화문에서 "은행 이사회에서 추천한 후보를 포함해 퇴임 임원들에 대한 역량과 자질을 검토해 본 결과 대구은행의 기존 문제와 갈등을 해소할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대구은행 출신인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이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됐지만 임명된 지 한 달 반 만인 7월 초에 돌연 사퇴했다. 최근에는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직무대행과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을 행장 후보로 지주에 추천한 바 있다.

김 회장은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을 분명히 하겠다"며 "은행 내에 학연·지연에 의한 파벌문화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은행장 선임 지연 이유로 DGB금융 내 파벌 싸움을 거론하기도 한다. 지역 금융 업계 관계자는 "영남대 출신과 경북고 출신 간에 미묘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은행 내 파벌 싸움은 오래된 고질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회장은 경북고 출신인 반면 은행 측이 추천한 박 전 직무대행과 노 전 부사장, 박 전 행장 등은 모두 영남대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15일 대구은행 임추위의 검증을 거친 후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은행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다만 대구은행 내부 반대가 심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GB금융은 김 회장 겸직 안건이 대구은행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주총을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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