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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유출해도 줄줄이 '무죄' 였는데..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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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성립요건 완화로 형사처벌 대상 확대
영업비밀 고의 유출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기업이 알아야 할 법률상식


파이낸셜뉴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1.송모씨(54)는 과거 몸담았던 중소기업 A사의 제조장비 설계도면 등을 경쟁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A사가 앞서 송씨로부터 보안유지서약서를 받았지만, 설계도면 유출에 대한 보안장치 및 내부규정이 미흡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정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 중소 장비제조업체인 B사는 대기업 C사로부터 장비납품에 관한 문의를 받았다. C사는 B사에 ‘장비성능을 확인하고 싶다’며 관련 설계도면을 요청했고, B사는 이를 전달했다. 그러나 C사는 B사의 경쟁업체인 D사에 해당 설계도면을 넘겨 동일한 장비를 생해 납품하게 했다. 이에 C사에 소송을 제기한 B사는 거액의 법률비용을 들이면서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간 제대로 영업도 못했으나 인정받은 손해배상액은 극히 적었다.

■무죄율 높고, 솜방망이 처벌
노동 집약적인 산업구조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전하면서 영업비밀 보호 관리체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 스스로 기술 유출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내부자들의 일탈을 100% 막기란 한계가 있다. 문제는 그 동안 정보 유출자에 대한 범죄 구성요건이 까다롭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 사건의 1심 무죄율은 2017년말 기준 27%로, 전체 형사 사건 평균 3%에 비해 9배가량 높다.

이 같은 산업계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특허와 영업비밀을 강력히 보호하는 내용의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8일 공포됐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6개월 뒤인 오는 7월 9일 시행된다.

■처벌 대상 확대·벌칙 강화
이번 개정법의 주 내용은 영업비밀 성립요건을 완화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확대 및 벌칙을 강화한 것이다.

개정법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비밀의 성립요건인 회사의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이라는 표현을 ‘비밀로 관리된’이라고 완화했다.

또 기존 법에서는 직원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회사의 영업비밀을 갖고 퇴사하더라도 이는 영업비밀의 ‘단순유출’로 볼 뿐, 영업비밀의 취득·사용·공개에 해당하지 않아 영업비밀 침해죄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으로 우회적으로 처벌해왔다.

이번 개정법은 부정한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지정 장소 밖으로 무단 유출하거나 반환·삭제 요구에 불응한다면 영업비밀 침해죄를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부정한 목적이 없더라도 절취·기망·협박 등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앞서 모든 행위들을 알면서도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했다면 영업비밀 침해죄의 처벌대상이 되도록 했다.

법정형도 상향됐다. 영업비밀을 국외로 유출했을 시 △징역 10년 이하에서 15년 이하 △벌금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 국내에서 유출 했을 시 △징역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각각 높아졌다.

영업비밀 전문가인 법무법인 율촌 임형주 변호사는 “회사가 자료 반출 사유 및 영역을 명확히 한다면 이제부터는 영업비밀 침해죄라는 강력한 보호수단을 통해 자료유출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회사로서는 개정법 시행 전에 자료의 반출, 인력의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해액 3배까지 배상
민사소송에서 특허권 및 영업비밀의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된다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물도록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도 도입됐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고의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배상액만이 인정했다. 이에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액은 실제 피해업체가 입은 유·무형의 손해를 전보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개정법에서 고의 여부 판단은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우려 인식 정도 △특허권자 등이 입은 피해규모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침해행위의 기간 및 횟수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침해행위를 한 자의 재산상태 △침해자의 피해구제 노력 정도 등 고려토록 했다.

임형주 변호사는 “현행법상에서 일부 기업들은 영업비밀 자료를 사용한 정당한 대가를 사전에 지불하기보다는 먼저 침해를 통해 이익을 얻고 침해가 적발되면 배상액을 지불하는 것이 보다 이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개정법의 징벌적 손해배상규정에 의하면 이러한 왜곡된 기술거래 행태가 시정되고 영업비밀 침해 피해자로서는 현실적인 손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침해자가 피해자에 비해 우월적인지 여부, 피해자가 입은 피해규모, 침해자의 재산상태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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