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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없이 못 산다던 넥슨 김정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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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C 김정주 대표 / 경향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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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넥슨은 게임회사이기도 하고 돈을 많이 버는 회사이기도 하고, 일본에 상장한 회사이기도 하고, ‘돈슨’이기도 하죠.”

넥슨의 기업 자서전 <플레이>에 실린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게임을 부정하는 사람들한테는 논리가 없어요. 게임 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요.”

‘게임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던 김 대표가 넥슨을 매물로 내놨다. 김 대표는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의 지분 98.64% 전량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규모만 10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난 4일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며 지분 매각 의사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연매출 2조원이 넘는 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이 매물로 나오자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넥슨 매각이 정부 규제 탓?

이 가운데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넥슨 매각 요인은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다. 기업하기 힘든 국내 게임업계 환경이 넥슨을 떠나게 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회사 웹젠의 창업자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새 정부에서 게임 관련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규제가 풀리지도 않았고 실제 바뀌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NXC 측은 “김 대표가 평소 규제 피로감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현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넥슨이 게임 규제 때문에 매각을 결정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예요. 넥슨은 업계 1위 기업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게임 규제를 도입하도록 한 당사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 회사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넥슨이 개발·운영 중인 게임들은 과도한 과금 시스템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판의 대상이다. 게임 진행과정에서 아이템의 의존도를 높여 과도한 현금결제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가 자서전에서 언급한 ‘돈슨’도 넥슨 게임의 지나친 사행성 탓에 생긴 별명이다.

실제로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9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9억4000만원은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로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공정위는 넥슨이 2016년 게임 ‘서든어택’에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수법으로 이용자들에게 지급 확률 1% 안팎에 불과한 확률형 아이템의 구매를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카트라이더’와 ‘메이플 스토리’를 비롯한 넥슨의 매출을 견인하는 캐시카우 역시 사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임들이다.

정부의 게임 규제는 2010년 셧다운제 도입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게임중독·과몰입 치유 부담금을 게임회사로부터 징수하고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규제가 늘어나던 시기에도 넥슨의 성장은 이어졌다. 매출규모는 2014년 1조6300억원에서 지난해 2조2900억원을 기록했다. 지분 매각을 고려할 정도의 규제가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액수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넥슨 매각의 원인을 정부 규제에서 찾는 것은 너무 미시적인 시각에서 내린 결론”이라며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정부 규제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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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경향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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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넥슨 매각은 경영 상황을 고려해 내린 ‘사업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지분을 가장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매물을 내놨다는 것이다. 넥슨 전체 매출 2조2900억원 가운데 1조원 이상은 중국 텐센트에서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나온다. 매출의 60%를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커지는 중국발 게임 규제 리스크다. 최악의 경우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든어택2’와 ‘듀랑고’를 비롯한 신작 게임의 잇단 부진과 PC에서 모바일로의 플랫폼 세대교체 실패도 넥슨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김 대표가 철저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팔아서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것일 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비쌀 때 매물로 나왔다” 시각도

2016년 터진 진경준 게이트가 김 대표의 매각 결정에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준 혐의로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김 대표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진경준 게이트 건으로 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등과 함께 속해 있던 IT벤처 1세대 그룹에서 배제된 것으로 안다”며 “김 대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경영의지가 꺾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유로 넥슨의 매각이 이루어지든간에 김 대표의 선택은 그간 김 대표가 밝혀온 구상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2015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김 대표는 넥슨을 ‘디즈니처럼 만들고 싶다’며 ‘최소한 10년은 더 회사를 끌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의 백년대계, 큰 그림에 대한 구상도 이미 마련했다는 게 당시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예상치 못한 넥슨 매각설에 게임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배경국 한국게임개발자협회 부회장은 “게임업계에 고용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게임산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매각 이후 주주가 바뀐 뒤 이뤄질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넥슨이 외국기업으로 팔릴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넥슨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들”이라며 “매출에 기여하는 최신작이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에서는 넥슨 인력을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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