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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동승자 '방조'의 함정…"말렸다" 한마디면 처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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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여전하지만…동승자 사실상 처벌 어려워

처벌 기준 강화 목소리…"'소극적 방조'도 처벌해야"

뉴스1

4일 밤 경기도 의정부 서울외곽순환도로 호원IC 인근에서 경찰이 일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2019.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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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 2017년 4월 자정이 가까운 시간 서울의 한 거리에서 A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혈중알코올농도 0.1%가 넘는 만취상태의 A씨는 결국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아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입건 후 송치됐다. 경찰은 당시 옆자리에 탔던 B씨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A씨와 함께 검찰에 넘겼다. B씨 또한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터였다. 하지만 검찰은 "죄질이 비교적 중하지 않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것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B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했다.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됐지만 음주운전은 여전하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음주운전 적발 건수만 하루 평균 399건이라는 경찰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자는 물론, 함께 차에 탄 동승자 역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자의 운행을 용이하게 도와줬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음주운전 방조 행위가 성립된다. '말리는 시늉만 하는' 소극적 방조부터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음주운전 방조죄 입건자 수는 157건이었다. 같은해 음주운전사고 적발 건수가 1만9517건인 점을 감안하면 방조죄 입건자 수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음주운전 방조' 입증 쉽지 않아…"'적극적 방조'만 인정"

현재 음주운전 동승자의 단순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입증되면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독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승자가 음주운전자의 운행을 도왔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 경우만 혐의가 적용되는 편이다.

경찰이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동승자를 송치하더라도 검찰, 법원을 거치며 실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 더해 운전자를 소극적이나마 말린다면,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 함께 차에 탔더라도 애초에 동승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 말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배우 손승원씨(29)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동승자인 배우 정휘씨(28)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대리기사 호출에 실패한 손씨가 갑자기 시동을 걸자 정씨가 완곡하게 운전을 만류했고, 운전 후 1분만에 사고를 내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일선 한 경찰관은 "이같은 '호의동승'의 경우 검찰에 송치하더라도 기소까지 가는 것은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블랙박스에 동승자의 '목적지로 가달라'는 말이 녹음된 정도는 돼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승자의 경우 음주운전 사고 직후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조사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며칠이 지난 후 동승자를 불러도 '운전자를 말렸다'고 진술하면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

일선 한 경찰관은 11일 "차량 실소유주가 동승자인 경우처럼 '적극적 방조'가 명확히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면 동승자를 적발 현장에서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즉시 조사하는 것은 힘들다"며 "그렇다고 현장에서 동승자가 음주운전을 용이하게 했는지,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경찰서에서 동승자를 소환 조사할 경우 대부분 운전자와 동승자가 사전에 말을 맞추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결론적으로 현행 법체계에서는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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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피해자 故윤창호 군의 친구 김민진 양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회의를 통과한 '윤창호법'이 음주운전치사사고의 최소형을 3년형으로 하는 데 그친 것에 아쉬움을 밝혔다. 2018.11.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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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 처벌 기준 높여야…음주 인식하고 차에 타면 처벌 가능하도록"

지난해 9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한 처벌 근거가 적혀 있다. 적극적으로 음주운전 행위를 방조하지 않더라도 처벌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해당 법안은 소관위에서 계류돼 있다.

음주운전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운전자 뿐 아니라 동승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량 등 처벌 수위와는 별개로 처벌 가능 기준부터 강화해야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고(故) 윤창호씨의 친구인 이영광씨는 "윤창호법을 추진할 때도 동승자 처벌을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는 조항을 넣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서 일단 (동승자 처벌 입법을)주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 역시 지금보다는 강화된 처벌을 해야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그것(동승자 미처벌)에 대해 분노하지 않았던 친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안전사회시민연대의 최창우 대표는 "특히 운전자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동승하는 사람은 별도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처벌 수위는 토론이 필요하지만 처벌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동승자가)구체적으로 부추긴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같이 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동승자 역시)위험한 행위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한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된 (처벌)기준은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윤창호법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아 걱정"이라며 "사실 음주운전자 옆에 동승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법 조항만 있다면 음주운전이 근절되는데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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