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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엉뚱한 번호 낸 사망자 3명 '통영 전복 사고'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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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전 해경에 낸 승선자 전화번호

직접 거니 다른 사람이 받거나 '결번'

실종자 2명 중 1명도 잘못된 번호

해경 "승선자 명부는 승객이 직접 작성"

지난해 말 '낚시어선 자율관리제' 시행

제도 시행 이후 처벌받은 사람 없어

중앙일보

11일 오전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 사고가 난 낚시어선 '무적호'에서 구조된 한 낚시객이 가족을 만나 외투를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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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전복 사고가 난 낚시어선 '무적호' 선장 최모(57·전남 여수)씨 등 사망자 3명이 출항 전 해경에 낸 승선자 휴대전화 번호가 실제 본인 번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 신분 확인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씨도 다른 사람의 번호를 적어 냈다.

중앙일보가 '무적호' 승선자 명부에 기록된 14명의 번호를 확인해 보니 생존자 대부분은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반면 사망자 3명의 휴대전화는 모두 켜져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받거나 '없는 번호'로 나왔다.

선장 최씨 번호로 전화를 건 뒤 "최○○씨 휴대전화가 아니냐"고 묻자 수화기 너머 수신자는 "아니다"며 끊었다. 낚시객 최모(65·전남 광양)씨의 번호로도 전화하니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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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해경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80㎞ 공해상에서 뒤집힌 낚시어선 무적호(9.77t)를 수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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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객 안모(71·전남 완도)씨의 전화도 엉뚱한 사람이 받았다. 안씨 거주지는 전남도청과 해경의 자료(전남 진도)가 달랐다. 해당 승선자 명부는 선장 최씨가 사고 전날 사무장 김모(50)씨와 낚시객 12명을 배에 태우고 바다에 나가기 전 여수해양경찰서 국동출장소에 제출한 자료다.

실종자 2명 중 임모(57·광주 남구)씨의 휴대전화 번호도 다른 사람 번호였다. 나머지 실종자 정모(51·울산 중구)씨의 전화는 신호음이 계속 갔지만, 받지 않았다. 번호가 틀리다 보니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시도한 해경도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1일 '낚시어선 자율적 안전 관리제'를 전면 시행했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 개정안에 따라 승객이 승선자 명부를 작성하면, 선장은 신분증 확인과 안전 점검을 책임지는 제도다. 대신 해경은 육상과 해상에서 불시에 검문·단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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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 사고가 난 낚시어선 무적호에서 구조된 낚시객들이 전남 여수시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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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승선자 명부 등을 허위 기재하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이 규정을 어겨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통영 사고로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해경은 "승선자 명부 확인은 선장의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전화번호가 본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승선자 명부는 (선장이) 출항 신고를 할 때 승객이 직접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며 "(전화 번호가 틀리다면) 승객이 잘못 기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이 승선자 명부에 전화번호나 거주지를 잘못 적었을 때 처벌받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공해상에서 여수 선적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정원 22명)가 파나마 선적 3000t급 화물선과 충돌해 뒤집혔다. 이 사고로 선장 최씨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해경과 민간 어선들에 구조된 나머지 9명은 비교적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10일) 오후 1시 20분쯤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서 갈치 낚시를 위해 출항한 무적호에는 14명이 타고 있었다. 통영해경은 경비함정 등을 동원해 실종자 2명을 찾고 있다. 해경은 무적호와 충돌한 화물선을 통영항으로 압송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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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통영 낚시어선 전복 사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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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김준희·김호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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