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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결정시 '경기 고려' 상·하한 구간설정委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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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30년만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대수술…양대노총 반발·법개정 등 갈 길 '산 너머 산']

머니투데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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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활보장 외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등의 경제상황이 반영돼 불경기에도 급격히 최저임금이 오르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임금결정위원회로 나뉘어 전문가들이 설정한 인상률 상·하한선 안에서 다음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임하던 공익위원은 노사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진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우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경제상황을 고려하도록 한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다.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비판이 이어지며 국회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기준에 추가한 여러 법안들이 제출된 상태다.

이에 고용부는 근로자 생활안정 측면과 경제상황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한 ILO(국제노동기구) 최저임금 결정협약 등을 반영해 고용수준, 경제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결정기준에 명시적으로 추가·보완하기로 했다.

객관적인 최저임금 상하한선 구간을 설정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가 새로 생긴다. 전문가위원 9명은 노사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의견을 내 설정하게 된다. 전문가위원은 새롭게 만들어진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토대로 연중 상시적인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게 된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이 설정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줄다리기 하듯 진행된 최저임금 심의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 위원 선정과정에서도 ILO 협약의 취지대로 노사 참여가 보장되기 때문에 공정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임금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을 뽑을 때는 정부 단독 추천권을 폐지하고, 국회 또는 노사와 추천권을 공유한다. 결정위원회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의결한 상하한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결정위원회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똑같이 노·사·공익 3자 동수로 구성하되 구간설정위원회가 신설되는 만큼 전체 숫자는 현재 27명에서 15~21명으로 줄인다.

공익위원 선임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고용부는 국회가 일부 추천권을 가져가는 방안, 노·사 단체가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규모 재계단체와 양대노총 등의 의견만 반영된다는 지적에 따라 결정위원회의 근로자·사용자 위원은 현재와 같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사용자위원 추천권이 있는 노사 단체(경총, 대한상의, 민주노총, 한국노총)가 추천하되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제화해 위원 구성의 다양성도 확보한다.

고용부는 이 같은 결정체계 개편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 논란을 줄이고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으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 심의 때만 잠시 운영되던 최저임금위원회와 달리 연중 상시 운영되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과 분석을 함으로써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전문가가 아닌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야한다며 구간설정위원회 신설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접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 이들을 대표해온 민주노총을 배제하거나 대표성을 약화하는 어떤 방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훼손하는 것이며 노사공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며 "경제, 고용상황을 고려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가구생계비 반영'은 배제되면 기업의 탐욕이 최저임금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의 반발 속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기 위한 국회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정부안대로라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명시한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방식을 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모두 바꿔야 한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결정체계를 바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과정부터 적용하겠다지만, 올해 3월부터 심의 일정이 시작되는만큼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달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문가 및 노사 토론회, TV 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1월중에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대국민 의견수렴을 1월 21~30일 온라인 등을 통해 실시하겠다"며 "30여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인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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