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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전남 강진 여고생, 강서 PC방 살인사건…2018년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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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6월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에서 경찰이 8일 전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해 운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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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집에 데려다줬습니다”

사라진 딸을 찾는 엄마의 말에 이웃집 아저씨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그는 몇 시간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실종 여고생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그를 지목했지만, 숨진 그는 말이 없었다.

2018년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민 모두를 안타깝게 만든 ‘전남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의 한 장면이다.

그런가 하면 서비스가 친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를 이용해 무참히 살해한 이른바 ‘강서 PC방 살인사건’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한해가 하루밖에 남지 않은 지금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또 안타깝게 만들었던 강력사건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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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서울장여관 방화 피의자 유 모 씨가 지나1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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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요구했으나 거절돼 홧김에 범행 저질렀다”

지난 1월20일 오전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한 피의자 유 모(53)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거절돼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유 씨는 근처 주유소에서 산 휘발유 10ℓ를 여관 1층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화재로 모녀 일가족 등 7명이 숨졌다.

당시 아내와 딸을 잃은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한 남자의 비뚤어진 욕정에 7명이 희생당했다. 이런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이란 선고가 내려졌다. 어이가 없다”며 “7명 사망자와 유가족에게 정중한 사과, 그리고 사형으로서 죗값을 치르기 바란다”고 호소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재판부는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유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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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6월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에서 경찰이 8일 전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해 운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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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친구 소개해 준 아르바이트 하러 나간다”

6월 전남 강진에서는 한 여고생이 실종됐다. 실종된 여고생 A양(16)은 16일 오후 “아버지 친구가 소개해 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해남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내용의 SNS 메신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실종됐다. 이후 실종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A 양이 SNS 메신저로 언급한 친구 아빠 B(51)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했으나, B 씨는 A 양 부모가 자신의 집을 찾아와 딸의 행방을 묻자 “집에 데려다줬습니다” 라고 답한 뒤, 인근 공사장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결국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아버지 친구의 계획·단독 범죄로 살해됐다’고 결론짓고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유력 용의자인 B 씨가 숨지면서 정확한 살해 동기와 수법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부패가 심한 탓에 A 양의 사인도 규명도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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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사진=연합뉴스


◆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 → ‘초성게임’ 준비 등 철저한 계획 범죄

9월 전남 영광군 한 모텔에서는 또래 여고생 C(16)양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고교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 “C 양 스스로 술을 마셨다”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수사 결과 계획적 범죄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D(17)군 등 2명은 게임을 짜고 진행해 C 양을 술에 취하게 만든 뒤 범행을 저지르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9월13일 오전 2시께 C양을 영광의 한 모텔로 유인, 범행을 위해 소주 6병과 과자, 소시지 등을 샀다.

모텔에 입실한 이들은 사전 계획대로 이른바 ‘말 맞히기(초성) 게임’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게임에 쓸 말을 휴대전화로 실시간 주고 받았고, C양은 게임에서 계속 져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됐다.

이후 두 사람은 이날 오전 4시께 인사불성 상태로 쓰러진 C 양을 성폭행한 뒤 방치하고 달아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C양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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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지난10월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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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원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하다. 나만 바보 되는 것 같다”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는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를 이용해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살해 용의자 김성수(29)는 아르바이트생 신 모(21) 씨를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러 국민을 경악게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천 원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하다. 나만 바보 되는 것 같다”라고 진술했다. 이후 그의 가족이 김성수의 우울증 치료 약 복용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신미약을 통한 감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김성수의 감형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는 100만 동의를 넘어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김성수의 심신미약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이 법무부 공주치료감호소에 김성수의 정신감정을 의뢰한 결과, 범행 당시 정신병적 상태에 있거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김성수의 친동생도 살해 공범 의혹에 휩싸였다. 분노한 여론은 동생 역시 공동 살해 혐의 구속을 촉구했고, 경찰은 재수사본부를 설치해 당시 동생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다시 수사를 벌였다.

이후 경찰은 김성수에 대해서는 살인죄로 동생은 공동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경찰은 김성수가 처음 주먹으로 신 씨를 폭행한 이후 피해자를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칼을 빼는 동작이 없었기 때문에 동생이 신 씨를 살해할 것으로 알고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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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 남편이 지난10월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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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아빠라고 불렀지만…법정 최고형인 사형 내려달라”

같은 달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는 전 남편(49)이 전 부인(47)에게 10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 남편은 지난 8월16일 부인의 자동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주거지를 알아냈고, 8차례에 걸쳐 현장을 사전 답사한 뒤 범행 당일 가발을 쓰고 접근하는 치밀함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 및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에 보호관찰 5년을 구형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인 아이 엄마에게 미안하고 아이들 역시 살아가면서 가슴에 주홍글씨처럼 아픔을 가질 상황”이라며 “제가 저지른 죄는 돌이킬 수가 없지만, 죗값은 엄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증인석에 앉은 그의 둘째 딸은 “한때 아빠라고 불렀지만 이젠 엄마를 돌아올 수 없는 저 세상으로 보내고 남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저 살인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25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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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지난11월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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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11월에는 인천에서 한 중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 폭행을 당하다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13일 오후 E(14) 군과 함께 인천의 한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E 군을 집단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E 군의 입과 온몸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심한 수치심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1시간 20분 가량 폭행을 당하던 E 군은 결국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가해자 중 1명은 숨진 E 군의 패딩 점퍼를 그대로 입고 경찰 조사 등을 받아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상해치사 등 혐의로 F(14)군과 G(16)양 등 중학생 4명을 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집단 폭행 후 숨진 E 군의 시신을 가해자들이 옥상에서 떨어트린 것이 아니냐며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지속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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