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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해 넘기는 美 '셧다운'… 관광업·지역경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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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절충안’에도 민주 거부 / 장벽예산 25억弗 절반 줄였지만 / 野, 수용 안해… 셧다운 장기화 우려 / 주요 관광시설 연초 폐쇄 불가피 / 서비스업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 / 연방정부 공무원 일시 해고 상태 / 백악관 ‘협상 불응’ 민주에 책임론 / 보수, 펠로시 ‘셧다운’중 휴가 맹공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 주말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29일(현지시간) 8일째를 맞았다. 백악관이 장벽 예산 책정액을 기존의 절반 규모인 25억달러(약 2조7900억원)로 줄인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셧다운은 해를 넘기게 됐다.

AP통신은 올해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이어졌기 때문에 셧다운 충격이 미미했지만, 새해에는 주요 관광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그 여파가 확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싱턴의 관광 명소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은 내년 1월2일부터 폐쇄된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19개 박물관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국립공원들도 예산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셧다운이 관광객이 몰리는 연말에 발생한 탓에 지역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WSJ는 “국립공원 관광객들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경제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텍사스주의 ‘빅벤드 국립공원’ 측은 매주 3만5000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숙소 예약도 줄줄이 취소됐다. WSJ는 “빅벤드의 관문 격인 작은 마을 테를링구아까지 1500마일(2400㎞) 떨어진 워싱턴DC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트럼프 “장벽예산 통과 않을 땐 국경 폐쇄” 멕시코 티후아나와 마주한 국경 지역인 미국 샌디에이고의 산 이시드로 검문소 주변에서 29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건너온 쇼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미-멕시코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산 이시드로=AFP연합뉴스


수십만명의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일시 해고 상태가 되면서 급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9개 정부 부처와 20여개 산하 기관들이 여기 해당하는데, 전체 연방 공무원 210만명 가운데 약 80만명이 포함된다. 이 중 38만명은 일시 해고 상태가 된다. 국토안보부 산하 해안경비대 인력에 급료 지급이 중단되고, 국방·치안 등 필수 분야로 분류되는 국방부는 셧다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각종 연구 활동도 축소된다고 전했다. 국립해양대기국(NOAA), 농무부, 국립과학재단(NSF), 지질조사국(USGS) 등이 영향을 받는다. 농무부 산하 국립식량농업연구소는 직원 399명 가운데 4명만 출근해 운영되고, 농업연구소도 82%가량 인력이 감소했다. 국립기상청(NWS)은 내년 1월 6일 수백명의 기상 분야 과학자가 참석하는 연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셧다운이 지속하면 연방정부와 산하기관 소속 과학자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P의 백악관 출입 기자인 조시 더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5억달러가 절충안으로 제시됐으나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겸하는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전날 폭스뉴스 방송 ‘폭스앤드 프렌즈’에 출연, 장벽 예산 규모와 관련해 새로운 금액을 민주당에 제시했다고만 전했다. 그는 민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셧다운 사태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특히 지난 22일 절충안이 제시됐을 때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관심을 보였으나, 내년 1월3일 하원의장 선출을 앞둔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 의해 협상이 가로막혔다며 펠로시 원내대표를 협상 교착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미 언론들은 “셧다운 사태 해결이 해를 넘기는 건 확실해 보인다”며 “문제는 내년 언제까지 셧다운이 계속될 것이냐는 것”이라며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펠로시 원내대표가 하와이의 특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셧다운 사태 와중에 호화 휴가를 떠났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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