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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과학을읽다]뚱뚱한 사람은 항공료 더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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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그림=아시아경제 오성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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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무게입니다. 무게가 무거우면 이륙할 때 날아오를 수 있는 '양력(揚力·lift)'을 얻기 위해 더 많은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연료가 더 소모됩니다.

착륙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비상착륙할 때는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남은 연료를 모두 버릴 정도로 무게는 중요합니다. 연료 소모가 많으면 비용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정원이 있고, 적재용량이 있는 것입니다. 각 항공사마다 수하물 규정을 별도로 두고 적정 한도를 초과하는 화물을 실으면 추가 비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승객의 몸무게가 무겁다고 운임을 추가로 받지는 않지요? 그런데 승객의 몸무게가 무거우면 항공료를 더 받는 항공사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남태평양 지역을 운항하는 사모아 항공은 9인승 항공기 2대와 에어택시 역할을 하는 3인승 경비행기 3대를 갖춘 초소형 항공사입니다. 비행기도 작은데다 살찐 사람은 요금도 더 내야 해서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사모아 항공은 2013년 4월부터 좌석당 항공료가 아닌, ㎏당 요금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모아 항공은 국제선 항공요금을 승객의 몸무게와 짐의 무게를 기준으로 받기 시작했는데 항공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단거리 구간의 경우 1㎏(2.2파운드)당 요금은 93센트에서 1.06달러입니다. 장거리 구간은 할증이 부과됩니다. 몸무게 1㎏당 평균 4.30달러 정도를 내야 합니다.

승객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 먼저 몸무게를 재고, 이 때 나온 몸무게에 따라 항공료를 내면 됩니다. 어린이나 체격이 작은 승객들은 성인 요금을 다 내지 않고 할인 받을 수 있어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체중이 195파운드(약 89㎏)의 미국 성인 남성 평균 체중인 미국인 남자가 35파운드(약 16㎏)의 짐가방을 들고 사모아섬의 아피아에서 미국령 사모아의 파고파고까지 가려면 다른 항공사보다 97달러를 더 지불해야 합니다. 비슷한 거리의 다른 항공사 요금은 왕복 130~140달러 정도지만 사모아 항공은 200달러 이상이 드는 셈이지요.

뚱뚱한 사람은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면 되지 않냐고요? 사모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일한 구간을 운행하는 다른 항공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모아 항공의 체중별 요금은 미국 교통국에서 승인받으면서 탄력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모아가 미국령이어서 그렇습니다.

몸무게에 따른 요금제는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합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사모아 항공은 뚱뚱한 사람을 위한 전용 좌석인 XL(엑스라지)클래스도 도입했습니다. 몸무게 130㎏ 이상의 비만 승객을 위한 특별석인데 물론 요금은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일반석보다 약 30㎝ 정도 공간을 늘린 XL클레스는 비만인 승객도 편하게 발을 뻗을 수 있습니다. 사모아 항공은 비만 승객이 보다 편하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한 램프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사모아는 전체 인구의 약 80%가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데 몸무게 요금제가 화제가 되면서 항공료를 아끼기 위해 예약 후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뺀 뒤 비행기에 타는 승객도 생겼다고 합니다. 몸무게 요금제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든 항공사가 이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겠지요? 2015년 9월 인도의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승무원 125명에게 체중 감량을 요구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비행기 탑승을 거부 당하는 승객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살을 빼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일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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