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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Tech & BIZ] 생수 살 때도 자전거 빌릴 때도 QR 찍으니 위안화 자동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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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한 사천요리 식당 계산대 앞에는 식사를 마친 5~6명의 고객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들은 텐센트의 간편 결제인 '위챗페이'로 식사 값을 지불하려고 줄을 섰지만 마침 이날 가게의 와이파이(WiFi·무선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현금 결제만 가능했던 것이다. 한 손님은 "지갑을 안 들고 다닌 지 1년째인데 현금을 어디서 찾느냐"고 말했다. 보다 못한 한 손님이 일어나 "마침 현금을 들고 있는데 대신 밥값을 낼 테니 나한테 위챗으로 돈을 송금해달라"고 나섰다. 이날 식당 문 앞에서는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위챗 친구 추가를 하고 메신저로 송금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간편 결제가 일상에 자리 잡으며 '캐시리스(cashless·현금이 없는)' 사회로 뒤바뀌고 있는 중국에 직접 가봤다. 길거리 푸드 트럭부터 호텔·지하철·고속도로 요금소까지 어디에나 중국의 대표 테크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주도하는 간편 결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인식할 수 있는 리더기가 도입돼 있었다. 사람들은 값을 지불할 때마다 현금이나 카드를 건네는 대신 간편 결제 QR 코드가 찍혀 있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모바일 결제 총액은 65조4800억위안(약 1경600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91% 증가했다.

현금 대신 QR 코드로 결제하는 중국

2004년 온라인 지불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개발한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6년 전부터 오프라인 상점에서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제품 가격만큼 돈이 빠져나가는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이어서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지갑 기능을 추가한 간편 결제 위챗페이를 선보였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첨단 산업을 키우기 위해 핀테크(fintech·금융 기술) 산업에 네거티브 규제(일단 허용하고 예외의 경우에만 규제)를 적용하면서 간편 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학 교내를 구경하기 위해서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ofo)의 자전거를 빌렸다. 스마트폰에 오포 앱(응용 프로그램)을 깔고, 이 앱으로 자전거 좌석 밑에 부착돼 있는 QR 코드를 찍었다. 그러자 앱과 연동된 위챗페이에서 자전거 사용료로 1위안(약 164원)이 자동으로 차감됐다. 길가 매점에서 생수 한 개를 살 때도 계산대에 설치된 리더기에 기자의 계좌와 연동된 간편 결제 앱의 QR 코드 화면을 갖다 대야 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신선 식품 매장인 '허마셴셩'에서는 현금 결제가 아예 불가능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매장에서 계산을 하려면 알리페이 지불 시스템이 탑재된 전용 앱을 다운받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고객은 무인 계산대에서 직접 구매한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알리페이로만 값을 지불할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중국의 저조한 현금 사용률을 우려해 현금 결제가 안되는 매장을 운영한 알리바바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지하철을 탑승할 때도 따로 표를 살 필요 없이 개찰구에서 QR 코드를 찍으면 됐다. 중국은 지난 4월 베이징 지하철 노선을 시작으로 이번 달 상하이·항저우 등 주요 도시의 지하철 노선에도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식사 주문, 정보 취득까지… 일상 곳곳에 자리 잡은 QR 코드


조선비즈



QR 코드는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하거나 상점에서 구매하려는 제품의 정보를 얻는 데도 쓰이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 톈진시의 한 로봇 레스토랑에는 테이블 옆으로 와서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없었다. 고객들은 대신 테이블 위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찍고, 이 레스토랑의 메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주문을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식사 후에는 QR 코드로 결제도 할 수 있다. 이 레스토랑 관계자는 "QR 코드로 종이 메뉴를 대신하는 게 최근 외식 업계의 추세"라고 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이 만든 신선 식품 매장인 세븐프레시의 진열대에는 QR 코드 리더기와 함께 '매직미러'라는 모니터가 천장에 달려 있었다. QR 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는 멜론 한 통을 집어 리더기에 갖다 대자 매직미러에는 '당도 3, 원산지 중국 신장 우루무치, 고객 선호도 97%'와 같은 정보들이 떴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QR 코드를 이용한 금융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며 기술 발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가게 계산대 앞에 붙여놓은 판매자의 QR 코드를 자신의 QR 코드와 바꿔치기를 해 고객이 결제하는 금액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4일에는 PC에 침투해 중요한 파일을 암호화한 뒤 간편 결제로 110위안(약 1만8000원)을 지불하면 복구해주겠다는 랜섬웨어 범죄까지 발생했다.




베이징·톈진=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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