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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매년 수십억 마리씩 수평아리 도살하는 일, 이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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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달걀이 부화되기 전에 성별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에 따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매년 수십억 마리씩 수컷 병아리를 도살하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화 되기 전에 미리 수컷을 가려내면 도살 없이 사전에 인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수퍼마켓 체인인 레베 그룹은 다음 달부터 레이저 성 감별을 거친 암탉의 달걀을 독일 전역의 5500개 매장에서 판매한다. 레베 그룹은 "병아리를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달걀을 생산했다"며 "다른 유럽 국가에도 이 기술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독일 레베 그룹은 내년부터 독일 전역에서 레이저 성감별을 적용한 달걀을 시판한다. /SELEG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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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대 알무트 아인스파니어 교수팀은 요낭에서 암컷에게만 있는 성호르몬인 에스트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요낭은 수정란의 배설물을 저장하고 가스 교환을 담당하는 곳이다. 레베 그룹은 네덜란드의 해치테크라는 기업과 함께 셀레그트(SELEGGT)라는 조인트 벤처를 세워 라이프치히대의 연구 성과를 상용화했다.

먼저 레이저로 달걀 껍데기에 0.3㎜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 이후 달걀에 공기압을 가하면 껍데기 안쪽 요낭에서 극미량의 체액이 빠져나온다. 이를 호르몬 검사 시약과 반응시켜 색이 파란색으로 변하면 수컷, 흰색이면 암컷으로 판정한다. 사람의 임신 진단과 비슷한 원리이다. 달걀은 수정 21일 만에 병아리가 되는데, 이 방식은 9일 만에 정확도 98.5%로 성 감별을 할 수 있다고 레베 그룹은 밝혔다.

독일 식품농업부는 레베 그룹의 성 감별 기술 개발에 500만유로(약 64억원)를 지원했다. 현재 양계업계에서는 수컷 병아리가 태어나면 질식사시키거나 분쇄기로 갈아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쓴다. 수컷은 달걀을 낳지 못하고 같은 사료를 먹여도 암컷만큼 살이 붙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에서 매년 40억~60억 마리의 수컷 병아리가 이렇게 도살된다. 독일 식품농업부는 달걀 단계의 성 감별이 인도적 농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레이저 감별에서 수컷으로 판정된 달걀은 부화를 멈추고 고품질의 동물 영양물질로 활용한다. 암컷은 지금처럼 계속 부화시킨다. 레이저가 낸 작은 구멍은 안쪽의 배아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며 나중에 저절로 메워진다고 레베 그룹은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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