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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뉴스 TALK] 삼성 後者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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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지 못한 자의 슬픔이 이런 것일까요." 연말을 맞아 '삼성 후자'들의 비애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 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과급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2년 연속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습니다. 반도체가 사상 최대 성과를 올리자, 반도체 부문뿐 아니라 가전과 스마트폰을 만드는 사업부에도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 것이죠.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등 특별 보너스와 관련이 없는 다른 계열사 임직원의 기분은 씁쓸하다고 합니다. 6개월마다 나오는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 1년에 한 번 나오는 초과이익성과금(OPI·옛 PS)에서도 후자들의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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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기 인사도 후자들에는 충격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성공 DNA를 전파하겠다'며 꽂힌 '낙하산' 때문입니다. 최근 삼성전자 모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계열사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삼성 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대부분 삼성전자 출신입니다. 그룹의 3대 축으로 꼽히는 삼성물산·삼성생명의 홍보팀장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 맡게 됐습니다. 감사·기획 등 다양한 업무 직군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합니다. 내부 승진이 어려워진 다른 계열사 임직원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계열사 직원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 오지만, 경쟁에서 밀린 사람도 온다"며 "해당 업무를 잘 모르니 옮긴 회사의 임직원이 말을 잘 안 듣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도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매출과 이익이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데다,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제 업무의 95%는 전자와 전자 계열사"라고 했습니다. 한 계열사 직원은 "'전자가 기침하면 후자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나돈다"면서 "밉지만 전자가 잘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게 더 서글프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들어간 초기 투자비는 다른 계열사의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앞으로 다른 주력사가 나타난다면, 삼성전자도 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삼성이 되기 위해서는 지나친 쏠림 현상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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