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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보고서=불순물'이라더니… '공무상 비밀 누설'로 김태우 고발한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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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청와대.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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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를 놓고 청와대가 전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감찰반원의 첩보 보고서 폐기 등을 놓고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불순물’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나?
청와대는 19일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였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은 비위 혐의로 원소속기관으로 복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공무상 비밀누설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처해진다.

‘비밀’은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명시된 사항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의해 정부 등이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된다. 다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쟁점은 김 수사관이 쓴 보고서가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다. 청와대는 특감반 파문이 불거진 이후 '불순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수사관이 보고한 첩보 가운데 일부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었고, 청와대도 해명하며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불순물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밀인 것이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청와대 고발 건을 당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남우)에 배당했다가 하루 만에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 김 수사관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고 있는 데다, 주거지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수사·재판 과정에서도 김 수사관이 언론에 알린 것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김 수사관이 인터뷰 형식으로 기사에 등장하거나 실명을 밝힌 채로 첩보 내용을 외부에 알렸기 때문에 누설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 내용이 국가가 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공개한 김태우 수사관의 동향·감찰 리스트. /자유한국당


◇靑 해명에도…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논란 가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한 김 수사관이 작성한 동향·감찰 보고서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특감반이 민간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담겨있다.

나 원내대표가 이를 공개하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관련된 자료 대부분이 폐기돼 없다. 진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14조에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서는 대통령기록물로 봐야하고, 이를 폐기한 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국회의원)과 박관천 전 행정관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 전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했다.

다만 1심과 2심 법원 모두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이문서 원본은 대통령기록물이지만 보고가 완료된 전자 문서를 추가로 출력하거나 복사해 반출한 문건을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안과 비교해 보면 청와대가 김 수사관이 보고한 종이문서 원본을 폐기했다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 해명을 보더라도 윗선까지 보고된 문건이 있다"며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서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문제가 된 김태우 첩보 보고서는’공문서로서 성립’되기 전의 초안에 불과하고 ‘대통령기록물로서 ‘생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기록물법 위반도 아니고 형법상 공용서류무효죄도 아니다"라고 했다. 소속 직원이 문서를 작성하거나 기안하는 단계만으로는 대통령기록물이 '생산'됐다고 보기 어렵고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어야 공문서가 된다는 논리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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