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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태우 “靑 해명 새빨간 거짓말...윗선 지시 없이 내가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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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청와대 특별감찰관원들의 근무기강 논란에 이어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다가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빨간 신호등 뒤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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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20일 "내 첩보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첩보 범위에 벗어난 동향 파악은 청와대에서 나만 한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그간 김 수사관의 의혹 제기에 대해 "불순물"·"미꾸라지가 물을 흐린다" 등의 반응을 보였으나, 김 수사관의 증언이 사실일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김 수사관은 전날 제보한 첩보 목록이 "한국당이 공개한 컴퓨터 모니터 화면은 내가 청와대에서 직접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모니터 화면에 나온 첩보 보고서를 직접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전날 김 수사관이 자유한국당에 제보한 첩보 목록은 본인만 가지고 있던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직무와 무관한 것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폐기했다는 취지의 해명 기자회견을 했다.

박 비서관은 전날 해당 화면에 대해 "(어디에서 촬영됐는지)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내에서 특감반원이 사용한 컴퓨터는 폐기돼서 없고 관련 자료도 폐기돼서 없다"면서 "진본인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수사관은 박 비서관이 ‘과시하기 위해 공유한 것’, ‘이런 종류의 첩보 보고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해명한 사실에 대해서도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16개월간 100여건의 첩보를 썼는데 100번을 경고했단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죄 없는 날 잡아가도 내 폭로가 팩트이기에 반드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자유한국당에서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 조사 목록을 공개했다.

"내가 준 게 아니다. 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만 제공했다."

‒야당에선 기업, 언론인, 정치인, 교수까지 동향 조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자발적으로 한 건가.

"청와대 특별감찰반 업무 프로세스는 텔레그램(SNS의 일종)으로 시작한다. 동료(8명)가 있고 위에 우리를 지휘하는 데스크(사무관)와 이인걸 특별감찰반장이 있다. 공개된 첩보 문건은 이들에게 텔레그램 등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고 쓴 것이다. 대체로 외부에서 밥먹다 차 마시다가 들은 얘기를 텔레그램으로 보고하면 ‘보고서 써봐’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식이었다."

‒청와대 상관의 지시가 텔레그램에 남아 있겠다.

"11월초 내가 청와대 감찰을 받기 전 이인걸 특감반장이 내게 ‘휴대전화를 좀 달라’고 하더니 자신과 개인적으로 나눈 텔레그램을 지워버렸다. 당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되고 있는 첩보는 김 수사관만 생산한 건가.

"나 말고 다른 특감반원도 우리 대상이 아닌 것을 청와대 첩보 양식에 맞춰 많이 썼다. 주로 제보자에게 들은 민간인 동향 보고 같은 것이었다."

‒민간인 첩보는 왜 만들었나.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왜 썼겠나. 다 윗선의 허락이나 선(先) 보고 후에 쓴 것이다. 일부는 먼저 알아보고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도 있다."

‒코리아나 호텔 사장 관련 동향 보고를 해서 청와대가 질책을 했다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확히 기억이 난다. 특감반 사무관이 내게 지시한 것이다."

-언론 관련 첩보는 청와대에서 "언론 사찰 소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것도 거짓말이다. 한번도 그런 적 없다. 그렇게 혼났으면 15개월간 청와대에서 비슷한 첩보를 계속 올릴 수 있었겠나."

-대학교수 동향 보고는 민간인 사찰 아닌가. 청와대는 보고도 못 받았다는데.

"아니다.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확실히 보고했다."

-청와대에선 김 수사관을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라고 표현했다.

"미관말직인 내 주장에 당황하는 것이다. 이건 팩트의 힘이다. 내 주장이 거짓이면 그렇게 흥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고발했다.
"혐의가 공무상 기밀누설이라고 한다. 웃긴 게 이건 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린다'고 했다. 나야말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린 것이다."

-검찰이 사실 규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잘못이 없는데 잡혀간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날 것이다. 청와대는 계속된 거짓말로 외통수로 가고 있다. 자신들이 내 보고를 안 받았다고 하면 내 정보는 불순물로 청와대 기밀이 아니다. 반대로 보고를 받았으면 불법 사찰을 알고도 방치한 꼴이 된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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