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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과학을읽다]얼음이 녹지 않는 아이스링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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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설치 중인 스케이트장. 사진은 지난달 설치중인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문호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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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이번 주말부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곳곳에 자리한 스케이트장과 전국의 주요 스케이트장들이 일제히 개장합니다.

도심에 자리잡은 이런 스케이트장은 대부분 겨울에 한시적으로 운영하지만 무더운 한여름에 문을 열기도 합니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빙판 위의 얼음이 녹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이스링크 중에는 물을 뿌려 얼음을 얼리는 곳도 있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빙판으로 된 아이스링크도 있습니다.

얼음이 아닌 플라스틱 빙판 위에서도 스케이트는 씽씽 달립니다. 그 원리는 뭘까요? 또 인공 빙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지난 2월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 때 피겨스케이트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얼음의 질이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런 아이스링크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아이스링크의 바닥에 배관을 설치하고 콘트리트를 바르고, 그 위에 물을 부어 얼리는 것입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보일러의 원리를 떠올리면 됩니다. 방바닥에 온수관을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덮습니다. 보일러를 가동하면 뜨거운 물이 순환하면서 방이 따뜻해지는 것입니다. 아이스링크는 반대로 차가워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온수파이프 대신 냉각 파이프를 바닥에 깔고, 물 대신 부동액을 넣어 가동시키는 것이지요.

냉각 파이프 안에 든 부동액은 영하 15℃를 유지하면서 링크 전체를 순환하게 됩니다. 부동액이 정상적으로 순환하면 물을 뿌려 얼립니다. 주목할 부분은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경우 차가운 물이 아닌 40℃ 이상의 뜨거운 물을 뿌렸다고 합니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얼기 때문입니다. 분자 간의 거리가 더 먼 뜨거운 물이 얼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발산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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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의 얼음이 녹지 않고 계속 얼어 있는 것은 사진과 같은 냉각 파이프들을 바닥에 깔고, 냉각 파이프 속을 영하의 부동액이 계속 순환하면서 얼음을 계속 얼려주기 때문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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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번 물을 뿌려 약 0.2mm 두께의 얼음을 얼리고, 이런 작업을 수백 번에 걸쳐 해야 원하는 얼음의 두께와 질이 나온다고 합니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무려 250번이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질 좋은 얼음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 최고의 얼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쇼트트랙 경기장의 경우 표면온도 영하 7℃, 얼음두께 3cm이고, 피겨스케이팅은 영하 3℃, 얼음두께 5cm 정도가 최적의 상태라고 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뿌려 얼음을 만들면 산소가 많은 얼음이 되는데, 산소가 많은 얼음은 공기층이 많아서 강도가 약합니다.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처럼 거칠게 얼음판을 사용하는 경기장의 얼음은 얇은 얼음층을 수백겹 겹쳐 쌓아야만 최고의 얼음이 됩니다.

서울광장처럼 경기가 아닌 아이스링크의 경우 한꺼번에 대략 5톤(t) 정도의 물을 쏟아 부어 얼립니다.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얼음 표면이 매끄러워질 수 있도록 매 20분 정도마다 물 뿌리기를 반복해 12시간 동안하면 얇은 얼음들이 겹쳐져 빙질이 좋아집니다. 원하는 상태의 얼음이 만들어지면 울퉁불퉁한 얼음 표면을 다듬는 과정도 거칩니다.

땡볕 아래서도 빙판이 유지되는 비결은 냉각 파이프 속의 부동액이 계속 순환하면서 얼음을 계속 얼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지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지요.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등장한 것이 플라스틱 아이스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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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아이스링크의 얼음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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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아이스링크는 폴리에틸렌 수지에 특수 윤활유를 섞어서 만든 가로세로 1.5m 크기의 얇은 플라스틱판을 스케이트장에 타일처럼 넓게 깐 것입니다. 이 플라스틱 인공빙판은 윤활유의 작용으로 표면이 매우 미끄러워 일반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스링크에서는 얼음이 녹지 않도록 부동액이 든 냉각 파이프를 계속 가동시켜야 하지만 플라스틱 인공빙판은 녹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얼음은 녹으면 빙질이 급속이 떨어지지만 플라스틱 인공 빙판은 항상 얼음 최고 상태의 95%의 수준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데 3일에 한 번 정도만 점검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비가 적고, 설치비도 저렴합니다. 실제 얼음을 관리하는 비용의 10분의 1 정도면 운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 개방하는 스케이트장 중에 플라스틱 아이스링크로 된 스케이트장이 더 많은 이유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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