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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fn사설] 시간강사 내모는 강사법, 이럴 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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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부산대학교 시간강사들이 지난 18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국회가 고등교육법 개정안, 곧 강사법을 통과시킨 뒤 첫 파업이다. 강사들은 "그동안 대학이 헐값에 부려먹더니 이제 인건비가 더 든다는 이유로 우리를 내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1년 이상 임용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년 임용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방학 중에도 임금·퇴직금을 주고,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시간강사는 현재 전국 대학에 7만5000명가량 있다. 이들은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저임과 신분불안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이 대학 저 대학을 떠도는 보따리장수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지난 2010년엔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강사법이다. 하지만 이 법은 2013년 시행을 앞두고 4차례나 연기됐다. 대량해고 등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강사노조, 대학과 함께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9월 강사법 시행에 합의했다. 이를 근거로 국회는 지난달 강사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8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겉으론 교육부와 국회가 절차를 제대로 밟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맹이는 바뀐 게 없다. 시간강사와 대학 간 갈등의 본질은 돈이다. 강사법대로 하면 대학 인건비가 껑충 뛴다. 해법은 셋이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늘리거나, 학생 등록금을 올리거나, 대학이 시간강사 채용을 줄이는 것이다. 교육부는 시간강사 처우개선 예산으로 내년에 288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전국 400여개 대학에 평균 1억원도 안 되는 돈이다. 수년째 꽁꽁 묶인 등록금을 문재인정부가 올릴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대학들은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시간강사 해고를 택했다.

강사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기간제법, 저임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법과 닮았다. 선한 마음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과연 강사법을 내년 여름부터 시행하는 게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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