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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국제유가 두달만에 40% 추락… 글로벌 증시도 불안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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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하룻새 7.3% 폭락
미·러·사우디 산유량 사상최대.. 경제 둔화로 석유 수요는 급감
글로벌 증시 약세장 진입
무역전쟁·보호주의·경기부진.. 최고점에서 20% 넘게 하락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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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18일(현지시간) 7% 넘게 폭락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석유생산이 사상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족 우려까지 겹친 탓이다. 일각에선 유가가 앞으로도 하락할 일만 남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주요 증시는 대부분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더 크고, 더 불길한' 미래를 우려하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WTI, 10월초 대비 40% 빠져

CNBC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공급과잉, 수요부족 우려가 겹치며 폭락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이 배럴당 지난 주말보다 3.64달러(7.3%) 폭락한 46.24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30일 이후 1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런던시장(ICE)에서 내년 2월물이 배럴당 3.35달러(5.6%) 급락한 56.26으로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14개월만에 최저치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털 창업 파트너는 배럴당 50달러대가 무너지면서 WTI는 42달러까지 저항선 없이 자유낙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48달러와 42달러 사이에는 차트상 지지선이 거의 없다"면서 "배럴당 50달러 선 밑에서 마감한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부정적 흐름을 배가시킬 뿐"이라고 설명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선임 애널리스트 타마스 바르가도 이날 분석노트에서 "이제 (유가가 향할) 길은 하강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폭락세로 WTI는 10월초 4년만에 최고치에 비해서는 40%, 연초 대비로는 23% 넘게 가격이 빠졌다.

■공급과잉·수요둔화 복합요인

유가 폭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우선 공급과잉이 꼽힌다. 이날 뉴욕유가 폭락세가 에너지 데이터 업체 젠스케이프의 보고서로 촉발됐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젠스케이프는 보고서에서 미 석유집산지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석유재고가 100만배럴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미국의 셰일석유 산유량이 이달들어 사상 처음으로 하루 80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산유량이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달들어 산유량이 하루 1142만배럴에 이르렀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사상최대 산유량 기록이다.

앞서 지난 6일과 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지만 공급이 줄지 않으면서 유가 폭락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감산 결정은 내년 1월 이후 적용되는데다 러시아는 감산이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한 터라 공급과잉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자산 동반추락…"불길한 미래"

그러나 유가 폭락의 근본배경은 수요둔화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즈호의 석유 애널리스트 폴 샌키는 내년 석유수요 증가규모를 하루 130만배럴로 잡고 있는 OPEC의 '보수적인' 수요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샌키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많은 수요 신호들이 경고등을 내고 있다"면서 "수요둔화가 원인인 경우에는 공급 감축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 성장률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고, 경기침체 위험은 높아지고, 주식시장은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안전자산으로의 이탈이 달러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이같은 요인들이 석유수요 둔화 우려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저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 책임자인 제프 커리는 시장은 공급감축 예상, 또는 중국의 경기부양 전망에 따라 석유를 사들이지 않는다면서 실제 감축이 나타나야 시장이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커리는 석유, 상품 뿐만 아니라 주식부터 채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 가치가 동시에 추락하는 '매우 드문'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에 '더 크고, 더 불길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주요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했거나 약세장을 눈 앞에 두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불확실성, 미국의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긴장과 각국 경제지표 둔화, 국내 변수들이 더해지면서 세계 증시가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으로 정의되는 약세장의 특징들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주가지수 흐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CCWI ETF 지수는 지난주 약세장에 진입했고, 현재는 지난해 5월이후 최저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중국, 한국, 터키, 이탈리아, 독일, 멕시코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했고, 스페인, 프랑스, 러시아 증시도 15% 넘게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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