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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국민 분노 가라앉지 않을 것" 잇단 경고장, 여당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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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12일 태안화력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김씨의 직장동료들로부터 사고경위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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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근본 대책을 못 내놓으면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우원식 의원이 19일 한 말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우 의원은 “노동부와 산업부 포함해 모든 부처가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 협의 후 정부와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도급을 제한하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하청업체 산업재해 현황을 반영하는 내용의 산업 안전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 협의에 정부에선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이재갑 노동부 장관 등이, 당에서는 이해찬 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우 의원이 비교적 많은 지적을 했다고 한다.

이런 장면이 연출되는 건 이례적이다. 당정 협의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이 정부에 공개적으로 쓴소리한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우 의원이 원내대표를 할 때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가 있었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추진했다”며 “아직도 처리가 안 돼 비슷한 사고가 생겨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우 의원의 경우에서 보듯 당 안팎에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국정 흐름이 이어지면서 각종 경고등이 켜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경기가 안 좋은데 현대경제연구원(2.6%→2.5%), 한국경제연구원(2.7%→2.4%) 등이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는 등 전망도 비관적이다. 지지율을 견인했던 남북관계가 주춤한 데다, 청와대 특감반 논란에서 보듯 권력 누수 낌새도 나오고 있다.

전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촛불 정신과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여권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부문 토론자로 나선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제2의 폐족”, “장기 집권은 몽상” 같은 표현을 써가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금 정신 안 차리면 제2의 폐족이 오고, 민심은 싸늘히 식어갈 것이다. 현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가진 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능력 없는 의사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집권이라는 몽상을 꾸지 말라. 스웨덴은 산업계를 우군으로 만들어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 정책은 아예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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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민주당 안팎에선 위기감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한때 80%를 웃돌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월부터 하락추세를 이어가면서 최근엔 40% 중반대로 떨어졌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보다 10% 포인트 정도 낮은 상태에서 연동돼 움직여왔는데, 12월 둘째 주엔 3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민주당은 '당의 아젠다'를 설정하거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청와대의 종속변수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혀온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만 해도 당에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한 뒤에야 움직임이 부산해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당의 경직된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내 분란으로 몰락했던 열린우리당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당을 지배하고 있다. 소위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당청간 또는 당 내부에서의 소통 부재를 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은 야당 의원은커녕 여당 의원과도 잘 만나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도 공식적인 자리 외에 의원들을 따로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분위기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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