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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주식투자, 춤·골프까지',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의 여유만만 도피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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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월 700만 원 쓰며 8년간 귀족 도피생활

최규성, 형 도피생활 든든한 후방지원

아쉬움 남긴 검찰 수사…도피자금 출처 '미스터리'

전북CBS 김민성 기자

노컷뉴스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왼쪽)과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오른쪽).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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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를 받다 돌연 잠적한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과 조력자를 내세워 형을 숨겨준 혐의를 받는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대한 8년간의 검찰 수사가 일단락됐다.

전주지검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확장 과정에 개입해 뇌물 3억 원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최 전 교육감을 구속 기소하고, 최 전 사장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주민등록법 위반 등 총 5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최 전 교육감 도피에 간접적으로 가담한 9명도 약식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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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전 전북교육감.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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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수수 교육감' 신분 세탁… '교수 김민선'으로 새 인생

최 전 교육감은 도피 직후 자신을 버렸다. 뇌물을 수수한 교육감은 이제 없었다. '김민선'이라는 가명을 쓰고, 때에 따라 '김 교수' 또는 '서 교수' 행세를 하며 살았다.

속칭 '김민선 교수'는 마음씨 좋은 이웃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테니스를 비롯해 당구, 댄스 등 갖가지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폭넓은 사교활동을 즐겼다. 돈이 필요한 이웃에게 현금 수천만 원을 선뜻 내어주기도 했다.

도망자라기 보단 차라리 귀족이었다. 8년 동안 차명 계좌 3곳으로 총 4억 9천만 원이 입금됐다. 어디선가 구한 현금을 최 전 교육감이 직접 입금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인천에 있는 2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았다. 주식계좌 5개를 돌려가며 억대 주식투자도 했다. 검찰은 그가 한 달 생활비로 대략 700만 원씩 썼다고 밝혔다.

최 전 교육감은 병원 VIP였다. 도주 기간 총 1026회, 연평균 약 65회 병원 진료를 받았다. 지난 2016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평균 연간 외래진료 횟수(17회)의 약 3.8배다.

그는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외모 관리를 위해서도 병원 신세를 진 것으로 전해진다. 통 큰 소비성향 이면에 최 전 사장 등의 명의로 총 2100만 원가량의 요양 급여비를 부정으로 수급하는 꼼꼼한 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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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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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동생' 최 전 사장의 물밑지원

최 전 사장은 형의 도피 초기부터 든든한 뒷배를 자처했다. 최 전 교육감은 도피 초기 동생이 준 제삼자 명의 차명폰 덕분에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다. 동생은 자기 측근들도 형에게 붙여 줬다.

최 전 사장이 의원 시절 가까이 지내던 인천의 한 부동산업자 A(59)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자기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최 전 교육감에게 줬다. 최 전 교육감은 A씨가 개인 사정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지난해 2월까지 A씨 이름으로 병원에 다녔다.

최 전 사장은 수행비서 B씨는 물론 B씨의 친구·지인·친척까지 총동원했다. 농어촌공사 사장 재임 당시 비서실장도 자신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제공해야 했다.

이렇듯 최 전 교육감 도피의 '몸통'이던 최 전 사장은 '형을 돕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이 쏟아질 때마다 '연좌제(범죄자의 친족에게 연대 형사 책임을 지우는 제도) 아니냐'며 의혹 자체를 일축해 형의 시간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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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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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힌 수사' 털어낸 檢, 뒷맛 남겼다

검찰은 지난 2010년 9월 최 전 교육감을 놓쳤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공범들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소환을 미룬 탓이다. 그로부터 8년 2개월 만인 지난달 6일 최 전 교육감을 검거해 지난 과오를 상당 부분 만회했으나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검찰은 최 전 사장이 최 전 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여러 정황을 확인하고도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검찰이 최 전 사장에게 해당 혐의를 적용하려면, 명의나 계좌 등을 최 전 교육감에게 건넨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가 범인 도피로 직접 연결된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입증했어야 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한 의심이 있긴 하나 수사기관에서는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교육감 도피 자금 출처도, 숨어있는 도피 자금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잠적할 때 현금 1억 원가량을 챙겼고, 사망한 형이 도피 자금을 지원해줬다'는 최 전 교육감의 진술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아파트 보증금과 주식계좌 잔액 등 총 1억 4천여만 원과 거처에 있던 현금 395만 원도 압수했다.

그러나 생활비로 쓴 수억 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가 없다. 더구나 최 전 교육감은 이웃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상환 시점을 자신의 공소시효 만료일(2023년 6월 29일) 이후로 요구할 만큼 금전적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전 교육감은 '검찰 조사 대신 재판에서 다 말하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힘든 이유도 그래서다. 최 전 교육감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월 10일 오전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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