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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전문] 이주열 한은 총재 언론 송년회 모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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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출입기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출입기자 여러분과 송년회를 가졌을 때 이것이 총재로서 마지막 기자단 송년회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다시 금년을 회고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그리고 지지난해에도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다사다난’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금년에도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연말 상용어가 된 느낌마저 듭니다. 먼저 올 한 해의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소회를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세계경제를 되짚어보면서 ‘synchronized global recovery’ 즉 ‘글로벌 동반 회복’이란 말을 썼는데, 올해는 그 반대 의미인 ‘global divergence’ ‘글로벌 차별화’로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선진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되었으나 신흥국의 성장세는 둔화되었습니다. 특히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서는 그간 대거 유입되었던 글로벌 자금이 유출로 전환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중 무역분쟁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졌습니다. 그 여파로 선진국에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올해 내내 국내 금융·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헤아려보니 올해 총 11번, 한 달에 한 번 꼴로 비상점검체제를 가동했는데 월례행사처럼 되다 보니 ‘비상’이라는 명칭이 무색해졌습니다. 10월 들어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만, 다행히 시장 전반이 불안해지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우리경제의 대외건전성이나 충격흡수력이 양호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올 한 해 국내경제는 수출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체감경기와 투자 그리고 특히 고용사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한편에서는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11월 금리를 인상한 것은 무엇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불균형 확대로 우리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우리경제가 이번 금리인상의 영향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금융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은 그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계측하기도 쉽지 않고 우선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통화정책은 긴 안목에서 우리경제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결정해야 하고 또 그 평가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올 한 해 기억에 남는 일로는 지난해 중국, 캐나다와의 통화스왑에 이어 올 2월 체결한 스위스와의 통화스왑 계약을 들 수 있겠습니다. 금년 들어 대외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중층적 외환안전망 확충이 우리경제의 대외지급능력이나 충격흡수력 보강 면에서 가지는 의미가 평상시와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금년은 1인당 국민소득(GNI 기준)이 3만 달러를 넘는 최초의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사회’ 진입이 확정된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7.11.1일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712만명, 총인구의 14.2%로 집계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령자 비중이 2000년에 7%를 넘어 ‘고령화’로 진입한 후 17년만에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분류된 것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동시에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경제활력을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를 안겨준 한 해입니다.

다음으로는 우리경제의 진로와 관련하여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 보아야 할 대외리스크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선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FOMC 결과가 모레 새벽에 나오면 좀 더 명확해지겠습니다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이번 회의의 결과보다는 그 이후의 속도조절 여부에 모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그만큼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매우 크고 그 범위도 넓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대외리스크는 미·중 무역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12월 초 양국이 90일간 추가 관세부과를 유예키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초기에는 무역분쟁을 양국 간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국한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고, 따라서 장기화되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들 두 가지 대외여건이 새해 들어 어떻게 변화할지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아무쪼록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의 경제정책 운영에 있어 역점을 두어야 할 곳은 어디이겠습니까?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겠습니다만 우리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합니다. 새로운 선도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그 성과가 미진한 실정입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고령화나 부문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마침 어제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대응방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후 우리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연말에 여러 일정이 많으실 텐데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새해를 맞는 덕담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잘 마무리 하시고 다가오는 기해년(己亥年)에 더욱 건승하시고 댁내 다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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