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의 민낯①]
송파구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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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어수선해 평소처럼 출석 번호대로 자리에 앉아 부모님 연락처를 써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계속 떠들기만 할 뿐 지시를 따르지 않더군요.” A교사는 학생들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들은 줄 알고 좀 더 큰 소리로 이야기 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답했다. “여기는 혁신학교예요. 선생님이 우리를 억압하려 들면 잘못 생각한 겁니다.” 그 와중에 한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단으로 학교를 나갔다.
그 후 2년 같은 두 달을 보냈다. 시험기간에도 무단결석 하는 여학생,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낸 남학생 등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A교사는 새로 생긴 학교라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문제는 교사들에게 있었다.
혁신학교 확대가 공약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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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가 제일 놀란 것은 8월 학교 축제가 끝나고 학생들이 번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교사들끼리 논의하는 자리에서였다.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 자료를 돌리는 거예요. 자기들끼리 말하고 동의하고 분위기를 몰아갔죠.” A교사는 “보통 학생들이 축제 때 번 돈은 학급문고를 마련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며 “다른 교사들의 반발로 학생들에게도 수익금이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노조에게 쓰였다”고 말했다.
황당한 일은 2학기 기말고사 때도 있었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던 남학생이 ‘오늘은 자율학습을 못 한다’며 가방을 싸고 있었다. 다가가서 이유를 물었더니 “오늘 쌍용차 노조의 연극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험 끝나고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되묻자 “시험 후엔 연극이 막을 내리므로 오늘 꼭 가야 한다고 사회 선생님이 말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교사는 “이 남학생은 결국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표를 받은 후에 펑펑 울며 후회했다”며 “학생이 시험 직전에 정치적 색채를 띤 연극을 보러 가도록 등 떠미는 게 과연 교사가 할 일이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혁신학교에선 토론 수업을 많이 하는데 일부 전교조 교사들은 열린 대화를 하기보다 정치 편향적인 생각을 주입한다”고 비판했다.
H고는 2016년에도 혁신학교로 재지정 됐다. “교사들의 50%만 동의하면 혁신학교 지정이 가능합니다. 학부모 의사와 무관하게 말이죠. 최근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안의 학교 3곳도 예비혁신학교로 선정했던데 여기도 자칫하면 1년 후에 혁신학교가 될 수 있어요. 부모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말이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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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혁신학교는 2011년 총 29곳에서 올해 189곳으로 늘었다. 2022년 250곳(전체의 20%)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자들은 “주민의 80% 이상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데도 조희연 교육감이 강행하려 한다”며 “조 교육감 자녀는 외고를 졸업했는데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해 왔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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