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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혁신고 교사의 고백 "축제 때 학생 번 돈 노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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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의 민낯①]

중앙일보

송파구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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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는 서울형 혁신학교인 H고로 2013년 3월 발령을 받았다. A교사는 2학년 담임을 맡았다. 1990년부터 교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학교로 부임하는 것은 늘 신입교사가 된 것처럼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교실에 처음 들어서자 그의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었다.

“교실이 어수선해 평소처럼 출석 번호대로 자리에 앉아 부모님 연락처를 써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계속 떠들기만 할 뿐 지시를 따르지 않더군요.” A교사는 학생들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들은 줄 알고 좀 더 큰 소리로 이야기 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답했다. “여기는 혁신학교예요. 선생님이 우리를 억압하려 들면 잘못 생각한 겁니다.” 그 와중에 한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단으로 학교를 나갔다.

그 후 2년 같은 두 달을 보냈다. 시험기간에도 무단결석 하는 여학생,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낸 남학생 등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A교사는 새로 생긴 학교라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문제는 교사들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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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확대가 공약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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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는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돼 일반 학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 역시 1991년부터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했지만 연가투쟁과 정치편향 수업 등에 실망해 2010년 탈퇴했다. “일반 교사들은 혁신학교 근무를 선호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전교조 교사들이 주로 많이 가게 되죠. 어떤 선생은 ‘난 다른 데선 아웃사이더였는데, 여기선 내가 주류다’고 말하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A교사가 제일 놀란 것은 8월 학교 축제가 끝나고 학생들이 번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교사들끼리 논의하는 자리에서였다.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 자료를 돌리는 거예요. 자기들끼리 말하고 동의하고 분위기를 몰아갔죠.” A교사는 “보통 학생들이 축제 때 번 돈은 학급문고를 마련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며 “다른 교사들의 반발로 학생들에게도 수익금이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노조에게 쓰였다”고 말했다.

황당한 일은 2학기 기말고사 때도 있었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던 남학생이 ‘오늘은 자율학습을 못 한다’며 가방을 싸고 있었다. 다가가서 이유를 물었더니 “오늘 쌍용차 노조의 연극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험 끝나고 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되묻자 “시험 후엔 연극이 막을 내리므로 오늘 꼭 가야 한다고 사회 선생님이 말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교사는 “이 남학생은 결국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표를 받은 후에 펑펑 울며 후회했다”며 “학생이 시험 직전에 정치적 색채를 띤 연극을 보러 가도록 등 떠미는 게 과연 교사가 할 일이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혁신학교에선 토론 수업을 많이 하는데 일부 전교조 교사들은 열린 대화를 하기보다 정치 편향적인 생각을 주입한다”고 비판했다.

H고는 2016년에도 혁신학교로 재지정 됐다. “교사들의 50%만 동의하면 혁신학교 지정이 가능합니다. 학부모 의사와 무관하게 말이죠. 최근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안의 학교 3곳도 예비혁신학교로 선정했던데 여기도 자칫하면 1년 후에 혁신학교가 될 수 있어요. 부모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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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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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는 좋은 모습으로만 포장된 혁신학교의 민낯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14일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주최한 촛불시위에 참석했다. 그는 “혁신학교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바보 되는 ‘부조리’ 그 자체였다”며 “혁신학교의 실상을 학부모들이 꼭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서울의 다른 고교로 옮긴 상태다.

서울시의 혁신학교는 2011년 총 29곳에서 올해 189곳으로 늘었다. 2022년 250곳(전체의 20%)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자들은 “주민의 80% 이상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데도 조희연 교육감이 강행하려 한다”며 “조 교육감 자녀는 외고를 졸업했는데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해 왔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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