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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북한판 ‘내로남불’…한국군 훈련 비난 속 정작 겨울 훈련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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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올해 1월 북한군 겨울철 훈련에서 '근위서울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의 탱크가 도하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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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기(冬期ㆍ겨울철) 군사 훈련을 지난 1일 시작했다.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 넉 달 간 실시하는 훈련인데 올해도 예외 없이 훈련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한국군 군사훈련은 비난해 북한식 ‘내로남불’을 보여주고 있다.

군 소식통은 19일“모든 정보자산을 동원해 지난 1일부터 북한군의 겨울철 훈련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며 “훈련 초반이라 아직 개인 훈련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과 13일 북한 개성 인근에서 군사용 헬리콥터로 보이는 저속 비행체가 남쪽으로 날아왔던 것도 겨울철 훈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겨울철 훈련에는 정규군인 인민군 이외 내무군(한국의 전투경찰에 해당), 교도대(예비군), 노농적위군(민방위), 붉은 청년근위대(소년단) 등도 참가한다. 주민들은 등화관제와 대피 훈련을 받는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달부터 사전 토의를 하고 정치 학습을 받으며 훈련을 준비했다. 겨울철 훈련에 참가하는 병력은 훈련 복장과 훈련 기간에 먹을 식량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곳곳이 분주한 모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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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북한 기갑부대 겨울철 도하 공격훈련.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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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이번 북한군의 겨울철 훈련이 어떤 규모로, 어디까지 참여해 진행될 지를 파악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약속한 9ㆍ19 군사합의 이후 북한군의 첫 대규모 군사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15일 한국군 단독 훈련인 호국훈련ㆍ태극연습에 대해 “군사분야 합의 위반행위”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9ㆍ19 남북 군사분야합의서의 위반이라는 논리다. 한국군 훈련이 합의 위반이면 북한군 훈련도 합의 위반이다. 하지만 북한 관영 매체는 자신들의 군사훈련에 대해선 이날까지도 침묵하고 있다.

북한군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훈련을 연다. 7월 1일부터 9월 31일까지의 여름철 훈련에선 훈련 병력이 김매기와 같은 생산 활동에 주로 투입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군사훈련은 겨울철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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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북한 기갑부대 겨울철 도하 공격훈련.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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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출신 탈북자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여름에 군이 야외 기동훈련을 하면 추수도 하지 않은 작물이 다 짓밟혀 한해 농사를 망친다”며 “식량난을 겪는 북한으로선 있을 수 없는 사태”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반면 겨울철 훈련은 북한군의 강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라며 “김일성은 6ㆍ25 전쟁 때 북한군이 겨울 산악전에서 미군을 압도했다고 생각했다”고 알렸다. 북한이 또 한 번 전쟁을 일으킨다면 북한군이 전술적 이점이 있다고 믿는 겨울을 개전 시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겨울철 훈련은 본격적인 공격 훈련이라는 뜻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 겨울철 훈련 참여 병력은 숙영지를 짓거나 주특기 훈련 위주의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전술 훈련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사이에 실시한다. 전술 훈련의 대표적 사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1월 1일 참관했던 북한군 ‘근위서울류경수 제105땅크(탱크)사단’의 기동 훈련이다. 105사단은 6ㆍ25 전쟁 때 3일 만에 서울에 들어와 중앙청 꼭대기에 인공기를 꽂았던 북한군 부대다. 이 부대 탱크들이 눈 덮인 들판을 질주했다. 당시 이 훈련을 보도했던 북한 관영매체 TV 화면을 보면 ‘중앙고속도로 춘천~부산 374㎞’‘김해’ ‘창원’이라고 적힌 표지가 나타났다.

단 북한군의 훈련 질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겨울철 훈련에선 훈련의 마지막 단계인 종합훈련을 건너뛰는 해가 많았다. 종합훈련은 대대ㆍ연대별 훈련을 사단ㆍ군단급으로 종합하는 훈련이다. 탱크ㆍ전투기ㆍ미사일 등을 동원하는 실전 훈련이라 탄약과 연료가 대거 들어간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현지 소식통을 빌어 “간부들이나 병사들을 가릴 것 없이 지나친 건설 동원과 잦은 훈련으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피로가 누적된 데다 지도(검열) 성원들로부터 들볶이고 있어 군대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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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북한 기갑부대 겨울철 도하 공격훈련.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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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탈북 인사들 사이에선 북한군 훈련을 우습게 봐선 곤란하다는 조언도 여전하다. 훈련의 강도가 떨어지거나 투입 자원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북한의 체제의 핵을 선군에서 찾는 만큼 군사훈련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안찬일 박사는 “최소한 예비군만큼은 북한이 한국을 뛰어넘는다”며 “훈련 수준이 매우 높다. 북한군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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