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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도로공사 "전국 휴게소로 확대" 보도자료까지 돌려… 기존 카페는 매출의 40%, ex-cafe는 25%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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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특감반 파문]

휴게소가 인테리어·설치비 부담

업체들 "도로공사 요구, 거부못해"

부부 공무원이었던 이모(62)씨와 아내 심모(여·60)씨는 은퇴 후인 지난 5월 경기도 화성휴게소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차렸다. '인생 이모작'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 한 심씨의 제안이었다. 퇴직금에 은행 대출까지 약 2억원이 들었다.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4개월 뒤 부부의 가게 3~4m 옆에 동일 업종인 ex-cafe가 들어섰다. 이씨 가게의 커피(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4000원인데 ex-cafe는 2500원이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이씨 부부는 매출의 40%를 휴게소 운영업체·도로공사에 내지만 ex-cafe는 매출의 25%만 내고 있다. 사회공헌 사업이라 도로공사에 낼 임차료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이씨는 "ex-cafe가 들어올 줄 알았다면 여기에 가게를 차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로공사에 '커피집 문 앞에 커피집을 내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민원을 냈더니 '휴게소에서 알아서 입점시킨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 17일 본지가 ex-cafe가 설치된 전국 휴게소 8곳을 확인한 결과 휴게소마다 1~3곳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죽암휴게소의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김모(60)씨는 "바로 앞에서 (ex-cafe가) 값싼 아메리카노를 팔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휴게소 운영업체 입장에서도 ex-cafe는 부담스럽다. ex-cafe 인테리어 비용과 커피 기계 설치 비용을 휴게소가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운영업체 관계자는 "수퍼 갑(甲)인 도로공사가 공익 목적이라며 입점시키니 휴게소 업체가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휴게소 입장에서는 남는 것도 없으면서 다른 점주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이 같은 ex-cafe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며 지난 9월 보도자료까지 냈다. 전국엔 195개의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보통 한 휴게소 운영업체는 여러 휴게소를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한번 테쿰 제품을 선택한 운영업체는 다른 휴게소의 ex-cafe 매장에도 같은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곳에 커피 기계와 원두를 공급하는 테쿰의 매출과 수익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정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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