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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靑공보라인, 해명 꼬이자..'文수행' 대신 '서울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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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이 연일 청와대 재직시절 수행한 민간인 대상 첩보 수집 활동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공보라인 핵심 참모들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업무보고 일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남아 언론 대응에 부심했다. 전날까지 나온 청와대 해명이 논란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평가가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고민정 부대변인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청와대 외부에서 중요한 일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상 김 대변인 또는 윤 수석 중 한 명은 문 대통령과 동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해 하반기부터 윤 수석이 직접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는 빈도는 줄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김 대변인과 윤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며 이날까지 나온 특감반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 재직시절 민간인 대상 첩보 수집 활동을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윤 수석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청와대 입장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연일 김 수사관의 새로운 주장과 언론의 추가 취재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에 대한 반박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반박은 지난 15일 김 수사관이 "친여(親與) 고위 인사에 대한 민감한 첩보를 작성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쫓겨났다"는 주장이 보도된 뒤 더 잦아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핵심 의혹에 대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입장을 정해놓고 이에 부합하는 사실만 전했다가 이를 반박하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17일 오전 모자를 눌러쓴 채 인천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거치고 있다. 우 대사는 지난주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에 왔다. 이날 우 대사는 청와대 특감반 소속이던 김태우 수사관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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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윤근 의혹’에 "검찰수사 따르면 사실 아니다"했지만...검찰 "수사한 적 없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관련 첩보를 올렸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김 수사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과거 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판단의 근거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2017년 8월 청와대의 민정이 김 수사관의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박근혜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던 것"이라며 "(2015년 3월) 그 당시 검찰도 (우 대사 관련) 저축은행 사건 및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해명은 지난 17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가 우 대사의 '1000만원 수령' 의혹 자체를 수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 ‘전직 총리 아들’ 관련 정보 수집, 반나절만에 "불순물"에서 "로데이터"로

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전직 총리의 아들과 관련 김 수사관이 작성했다고 주장한 보고서와 관련, 오전에는 업무 영역외 ‘불순물’이라고 했다가, 오후에는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문자로 보낸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는 "반부패 관련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한 로데이터(raw data, 원시자료)를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입장을 바꾼 셈이다. ‘청와대는 민간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정해놓고, 이에 맞춰 필요한 사실만 선별해 전하려다 생긴 사고였다.

◇ ‘반복된 경고’라고 했다가 ‘민간인 첩보 수집은 1건뿐’으로

청와대는 ‘민정수석실내 김 수사관 상급자들은 관리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정해 놓고 이에 맞춰 필요한 사실만 전하려다가 논리가 꼬이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전직 총리의 아들과 은행장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특감반의 정보 수집을 김 수사관의 ‘개인 일탈’로 선을 긋고, 김 수사관의 상급자들이 이에 대해 ‘계속 경고했다’고 전했다. 지휘라인의 ‘관리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이었다.

이에 기자들이 "반복된 엄중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관련 첩보를 가져오는 잘못을 반복한다면 당시 징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대변인은 즉답을 하지 못했다. 김 대변인은 오후 추가 브리핑에서 ‘민간인 첩보 수집은 1건뿐’이라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전직 총리 아들과 관련한 첩보는 김 수사관이 보고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잘못이 반복될 경우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이 따르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논리였다.

김 대변인의 이같은 주장은 전직 총리 아들 관련 첩보는 김 수사관이 보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빛을 잃었다. 18일에는 가상화폐와 관련, 김 수사관이 노무현 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17일 오후부터 김 수사관의 민간인 정보 수집을 "민정수석실 행정요원으로서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에 협업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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