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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01호만 LPG보일러 따로 설치 "연통 틈 치사량 가스 누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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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가스보일러 연통이 빠져 있었다
연통 틈 사이 일산화탄소 누출 가능성
최근 5년간 보일러 사고 73.9%가 일산화탄소 중독

강릉 경포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의식을 잃은 10명의 대성고 학생들이 일산화탄소(CO) 중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 확인 결과, 이 펜션의 LPG(액화석유가스) 보일러에 연결된 연통(煙筒)은 분리된 상태였다. 보일러에서 나온 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학생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형원(49) 가스안전공사 LPG 부장은 "LPG가 불완전 연소되면 일산화탄소가 생기는데, 이를 배출하기 위해 연통을 외부로 빼놓는다"며 "연통이 빠진 틈 사이로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듯 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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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강릉 펜션의 LPG 가스 탱크. 탱크에서 연결된 가스선들이 보인다. /강릉=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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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보일러 연통 빠져 있었다…일산화탄소 누출 가능성
사고가 난 펜션은 지난 2013년 완공된 건물로 LPG 가스보일러로 난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스보일러 가동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전문가들은 "연통이 분리되면 배기가스유입, 배기구 막힘이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보일러 사고 23건 가운데 17건(인명피해 48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였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스보일러 사고 5건이 모두 시설미비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였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미, 비자극성 가스로 누출이 되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폐로 흡수되면 혈액에 녹아들어 산소를 운반해야 하는 헤모글로빈에 대신 달라붙는다. 숨을 쉬어도 혈액 속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경포아라레이크 펜션 내부로 치사량 일산화탄소 누출 가능성
경찰에 따르면 경포아라레이크 펜션은 사고가 난 201호만 베란다쪽에 보일러실이 별도로 있었다. 외부의 LPG를 끌어와 내부 보일러실에서 물을 데운 후, 연기는 외부로 이어진 연통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연통이 청소가 안 돼 그을음이 내부에 쌓이면 유독 가스 배출에 방해를 받는다"며 "연통 접속부 연결이 헐거워져서 연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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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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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이 펜션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쟀을 때의 농도가 155ppm이었다. 일반적인 수치(20ppm) 8배에 달한다. 보통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이면 2~3시간내 가벼운 두통을 일으키며, 장시간 노출될 경우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고 심하면 기절할 수 있다. 800ppm 이상에서는 사망에까지 이른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의식을 잃었을 시각에는 일산화탄소가 더욱 높았을 것"이라면서 "추운 겨울에는 창문을 닫기 때문에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 치사량의 일산화탄소가 농도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펜션 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방에 새벽 3시까지 인기척이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들은 발견시까지 최대 10시간동안 일산화탄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브리핑에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될 수 있는 시설은 가스보일러 등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스안전공사 등과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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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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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치료중인 학생 7명은 강릉 아산병원(5명)과 원주세브란스병원(2명)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고압 산소 주입으로 치료를 한다. 대기압보다 높은 2~6기압의 고압 환경 속에서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게 해 혈중 산소 농도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강릉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있는 병원은 아산병원 뿐이다. 때문에 2명의 의식불명자는 헬기를 타고 원주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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