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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소득 불안한데 금리 올라 美주택수요 급감…경기침체 부추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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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부동산경기 하강 ◆

매일경제

미국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의 12월 주택시장지수가 약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조정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부동산 경기 하강은 소득 감소 우려에 금리 인상이 겹쳐 수요층의 구매력이 취약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어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초 미국의 12월 주택시장지수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61이었다. 하지만 실제 지수는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는 56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 이후 지수가 부동산 침체를 의미하는 50 밑으로 내려가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인 충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발표된 9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8월(5.7%)에 비해 0.2%포인트 낮은 수준이자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상승폭이 둔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주택 호황이 끝물이라는 신호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 10대 도시 상승률은 8월 5.2%에서 9월 4.8%로, 20대 도시 상승률은 5.5%에서 5.1%로 각각 낮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몇 년간 신축이 가파르게 늘었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덴버, 댈러스 등을 중심으로 주택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미국 주택시장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WSJ 분석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주택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41.6% 늘었다. 시애틀(36.6%), 덴버(19.0%), 댈러스(14.8%) 등의 주택 재고 증가량도 두 자릿수대였다.

현재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가계의 주택 구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택 구매 심리가 크게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경기 하강에 따른 소비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에 따른 것이다. 랜디 노엘 NAHB 회장은 CNBC에 "모기지 금리가 아직 높고,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주택 수요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현재 부동산 경기 부진 현상을 설명했다.

미국 부동산 전망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졌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LA 주택 매물에 2명 이상이 구매 의사를 나타낸 비중은 3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68%에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복수의 투자자가 구매 의사를 나타낸 비율이 작년 45%에서 올해 11월 32%로 줄었다. 부동산 정보전문업체 코어로직의 앤드루 르페이지 애널리스트는 "집값과 금리가 오르면서 바이어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최근 3개월간 6개 카운티에서 주택 거래량이 줄었고, 지난 2개월 동안은 100만달러 이상 가격대 매물도 거래가 둔화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영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현재 연 4.63% 수준으로, 1년 전(연 3.93%)보다 0.7%포인트나 뛰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부동산 경기 부진이 미국 경제 하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침체(recession·리세션)'에 대한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리세션이란 실질 국내총생산(GDP), 고용, 생산, 도·소매 판매 등 경제활동 지표들이 전역에 걸쳐 수개월 이상 현저히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WSJ가 경제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7~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0% 이상이 2020년부터 리세션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내년에 미국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도 약 10%에 달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NBC 뉴스와 WSJ가 공동으로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8%의 응답자만이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33%는 "미국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WSJ는 "향후 미국 경제를 비관하는 응답 비율이 낙관하는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은 2013년 10월 이후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약 4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 2분기 4.2%(전기 대비 연율 기준)에서 3분기에 3.5%로 둔화된 가운데 내년에는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가 위축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 시장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된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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